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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사회학으로 읽는 도시정원이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과 부정

📑 목차

    도시정원은 언제부터 ()’이 되었을까

    도시정원은 오늘날 가장 긍정적인 도시 이미지 중 하나로 소비되고 있다. 회색 도시 속 초록의 회복이라는 상징성,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이라는 수사, 그리고 시민의 치유 공간이라는 의미가 거의 자동적으로 따라붙는다. 그러나 정원 사회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처럼 일방적으로 긍정화된 담론은 오히려 질문을 요구한다. 정원은 과연 생태계에 무조건적으로 이로운 존재일까. 또한 우리는 누구의 생태를 회복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일까.

    정원 사회학은 정원을 단순한 녹지나 조경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권력관계,, 경제 구조와 문화적 취향이 응축된 공간적 실천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도시정원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논할 때에도 단순히 식물이 늘어났다는 결과만을 볼 수는 없다. 어떤 생태가 선택되고 배제되었는지,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이러한 정원 경험이 장기적으로 도시 시민의 생태 감수성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정원 사회학으로 읽는 도시정원이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과 부정
    정원 사회학으로 읽는 도시정원이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과 부정

     

    정원 사회학으로 본 도시정원의 생태적 긍정 

    도시 생태계의 을 회복하는 초록의 네트워크

    도시는 본질적으로 생태계의 단절 위에 형성된 공간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토양을 밀봉하고, 건축물은 바람의 흐름과 생물의 이동을 가로막는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도시정원은 생태계의 완전한 복원이 아니라, 단절된 구조 속에 작은 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정원 사회학은 이 현상을 미시 생태 네트워크의 회복으로 해석한다. 개별 정원 하나는 숲이나 습지를 대체할 수 없지만, 도시 곳곳에 흩어진 정원들이 서로 연결될 때 곤충과 조류, 미생물은 이동하고 머무를 수 있는 경유지를 얻게 된다. 특히 토종 식물을 중심으로 조성된 도시정원은 지역 생태계와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녹지 면적의 증가가 아니라, 도시 생태 구조를 선형적인 단절 상태에서 망형적인 연결 구조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생태 감수성을 재학습시키는 공간

    정원 사회학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긍정적 효과는 인간의 인식 변화이다. 도시는 자연을 관리하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사람들을 학습시켜 왔다. 반면 정원은 그러한 인식을 흔드는 공간으로 작동한다.

    씨앗이 발아하고 식물이 성장하며, 결국 시들고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이 인간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임을 체감하게 된다. 또한 곤충과 새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떠나는 경험을 통해 자연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정원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생태 감수성의 사회화라고 설명한다. 도시정원은 개인의 취미 공간을 넘어, 시민들이 생태적 사고를 몸으로 학습하는 비공식적인 공공 교육장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일상으로 끌어내리는 장치

    도시정원은 기후위기를 거대한 담론이 아닌 일상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힘을 가진다. 빗물정원이나 빗물저장 화단, 그리고 그늘을 형성하는 식재는 폭우와 폭염이라는 기후 문제를 추상적인 뉴스가 아니라 몸으로 체감하는 환경 변화로 인식하게 만든다.

    정원 사회학은 이러한 과정을 기후의 일상화라고 부른다. 국제회의나 정책 보고서보다, 집 앞 정원에서 경험하는 변화가 시민의 행동 변화를 더 강하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도시정원은 생태계 회복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후 대응 능력을 함께 강화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도시정원의 생태적 부정

    초록이라는 이름의 생태 파괴

    그러나 정원 사회학은 도시정원을 무조건적인 선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먼저 지적하는 문제는 정원 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 파괴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자생 식생을 제거하고 외래종 위주의 보기 좋은정원을 조성하는 경우, 이는 생태 회복이라기보다 생태의 교체에 가깝다.

    토양을 깊이 파헤치고 기존 생물의 서식지를 제거한 뒤 새롭게 조성된 정원은 시각적으로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생태적으로는 오히려 후퇴한 상태일 수 있다. 정원 사회학은 이러한 현상을 인간의 미적 기준이 생태적 기준을 압도하는 미적 생태주의의 함정이라고 비판한다. 인간에게 보기 좋은 정원이 반드시 생태계에 이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물과 자원의 과소비 구조

    도시정원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공간이며, 문제는 이 관리 방식이 종종 고자원 소비 구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잔디 위주의 정원 조성, 계절마다 반복되는 식재 교체, 자동 관수 시스템의 사용은 많은 물과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소모하게 만든다.

    정원 사회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정원은 생태 친화적 공간이라기보다 환경 부담을 은폐한 소비 공간에 가까울 수 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과도한 관수와 비토종 식물 유지 방식은 장기적으로 도시 생태계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린 젠트리피케이션과 생태의 계층화

    도시정원이 조성되면 주변 환경은 개선되지만, 동시에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로 인해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이 지역을 떠나게 되고, 결국 정원의 혜택은 특정 계층에게만 집중되는 결과를 낳는다.

    정원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그린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 생태 회복이라는 명분 아래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이 과정은, 생태적 혜택마저 계층화되는 문제를 드러낸다. 이는 결국 누구를 위한 생태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정원 사회학이 제안하는 대안

    더 많은 정원이 아니라 다른 정원

    정원 사회학은 도시정원의 해답을 단순한 양적 확대에서 찾지 않는다. 핵심은 정원이 어떤 철학과 방식으로 조성되고 관리되는가에 있다. 토종 식물을 중심으로 한 저 개입 정원은 생태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존 생태를 최대한 보존하려는 태도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조성의 용기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관리 시스템은 정원을 소비의 대상이 아닌 공동의 책임 공간으로 전환시킨다. 장식성과 미관보다 생태적 기능을 우선하는 설계는 도시정원이 생태계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맺은말

    정원은 본래 중립적인 공간이 아니다. 정원은 인간의 가치관과 사회 구조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문화적 장치이다. 도시정원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정원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정원 사회학은 정원이 자연을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고자 하는지를 드러내는 사회적 선언이라고 말한다. 도시정원이 진정한 생태 회복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초록의 양보다 사유의 깊이가 먼저 자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