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이 질문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
국가정원이 조성될 때마다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국가정원은 공공정원인가, 관광시설인가?” 입장료, 운영 시간, 대규모 방문객, 박람회형 구성은 관광시설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국가라는 명칭, 공공 재정 투입, 환경·교육 목적은 공공정원의 성격을 강조한다. 이 질문이 반복되는 이유는 국가정원이 두 성격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단순한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문제의 핵심을 놓치기 쉽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되며, 그 가치가 누구에게 돌아가는 가다.

정원 사회학에서 관점에서 공공정원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공정원은 단순히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공정원의 핵심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보편적 접근성이다. 물리적 접근뿐 아니라 비용, 시간, 이용 규칙이 특정 계층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공공 목적성이다. 휴식, 환경 교육, 건강, 사회적 만남 등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능이 중심이어야 한다.
셋째, 시민의 권리성이다. 시민이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정원을 사용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되는가의 문제다.
이 기준에서 보면, 공공정원은 ‘무료냐 유료냐’보다 누구를 중심에 두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관광시설의 작동 논리
관광시설은 본질적으로 방문과 소비를 전제로 한다. 운영의 성공은 방문객 수, 체류 시간, 경제적 파급 효과로 측정된다. 공간 구성은 볼거리 중심이며, 이용자는 관람객으로 위치 지어진다.
이 논리는 정원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전시형 테마 정원, 시즌별 이벤트, 포토 스폿 중심 동선은 관광시설로서 매우 효과적이다. 문제는 이 논리가 지배적이 될 때, 정원은 일상에서 분리된 장소가 된다는 점이다. 시민은 사용자에서 방문객으로, 권리에서 선택지로 이동한다.
정원 사회학으로 읽는 국가정원의 탄생 배경: 왜 ‘국가’였는가
한국의 국가정원 제도는 단순한 녹지 확대가 아니라, 정원 산업·문화·관광을 동시에 육성하려는 국가 전략에서 출발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박람회를 계기로 제도화되었고, 이후 국가정원이라는 명칭은 상징성과 위계를 부여했다.
이 명칭은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낳았다. 국가정원은 대규모 예산과 관리 체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전국적 인지도를 빠르게 얻었다. 동시에 국가정원은 일상적 공공정원보다 ‘특별한 장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특별함이 관광적 성공을 낳았지만, 공공성의 기준을 흔들기도 했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순천 사례, 국가정원의 이중성
순천만국가정원은 국가정원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한편으로 순천은 국가정원을 통해 도시 브랜드를 확립했고, 생태 보전과 관광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결합했다. 정원은 도시의 자긍심이 되었고, 국가정원 제도는 장기 관리의 틀을 제공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국가정원은 여전히 관람 중심 공간에 머무른다. 시민의 일상적 이용은 제한적이고, 운영 시간과 입장 구조는 관광시설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즉 국가정원은 공공정원의 목적을 갖지만, 관광시설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혼합형 공간이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해외 공공정원과의 비교: 무엇이 다른가
센트럴파크는 입장료가 없고, 도시의 필수 인프라로 기능한다. 시민은 방문객이 아니라 사용자이며, 공원은 도시 생활의 연장선이다. 반면 하이라인은 공공정원이지만, 도시 브랜드와 관광 논리가 강하게 결합되어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이 되었다.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국가 주도의 관광형 정원이다. 공공성은 국가가 흡수하고, 정원은 국가 경쟁력의 일부로 작동한다. 독일의 시민정원은 관광성과 거의 무관하며, 생활 인프라로서 공공성이 극대화된 모델이다.
이 비교는 국가정원이 공공정원인지 관광시설인지를 정원의 규모나 명칭이 아니라, 운영 철학과 제도가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국가정원이 관광시설로 기울 때 발생하는 문제
국가정원이 관광시설로 기울면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시민의 소외다.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워지고, 정원은 외부인을 위한 공간이 된다.
둘째, 성과 지표의 왜곡이다. 방문객 수와 매출이 공공성의 대리 지표가 되면서, 정원의 사회적 기능은 후순위로 밀린다.
셋째, 도시 내 불균형이다. 국가정원에 자원이 집중되며, 생활권 정원과 동네 공공공간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
이 경우 국가정원은 도시 전체의 공공성을 높이기보다, 특정 지점에만 가치를 집중시키는 장치가 된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국가정원이 공공정원으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
국가정원이 공공정원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이용 구조의 이중화다. 관광객을 위한 전시·이벤트와 시민을 위한 일상 이용 구역을 분리·공존시켜야 한다.
둘째, 비용과 시간의 공공성이다. 지역 주민에게는 무료 또는 상시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셋째, 시민 참여의 제도화다. 프로그램 참여를 넘어, 운영과 의사결정에 시민이 관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넷째, 생활권 정원과의 연결이다. 국가정원이 고립된 섬이 아니라, 도시 전반의 정원 네트워크의 허브로 작동해야 한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국가정원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국가정원은 공공정원일 수도 있고, 관광시설일 수도 있다. 문제는 어느 한쪽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광의 논리가 공공성을 압도하는 순간이다. 국가정원이 관광시설이 되는 것은 실패가 아니지만, 공공정원의 기능을 상실하는 것은 실패다.
국가정원의 진정한 가치는 방문객 수가 아니라, 그 도시에서 정원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국가정원이 시민의 일상과 분리되지 않고, 생활권 정원을 확장하는 촉매가 될 때, 관광성과 공공성은 충돌하지 않는다.
맺은 말
“국가정원은 공공정원인가 관광시설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국가정원은 공공성을 유지한 채, 관광 기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기준은 있다. 국가정원은 도시를 홍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할 때 가장 오래 지속된다. 관광은 그 위에 얹힐 수는 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보너스
태화강국가정원에 대하여
― 산업도시 울산이 ‘국가정원’을 선택한 이유
태화강국가정원의 출발점: 정원이 아니라 ‘강’이었다
태화강국가정원의 출발은 정원 조성이 아니라 하천 복원이었다. 태화강은 한때 ‘죽음의 강’이라 불릴 정도로 수질 오염이 심각했던 하천이다. 중화학 공업이 밀집한 울산의 산업 구조 속에서 태화강은 오랫동안 오염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울산시는 태화강 수질 개선과 생태 복원에 장기간 투자했고, 그 결과 태화강은 1 급수로 회복되었다. 철새가 돌아오고, 시민이 다시 강변으로 나오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이 환경 복원의 성과 위에 ‘정원’이라는 개념을 덧씌운 결과물이다. 즉 태화강국가정원은 처음부터 관광을 목표로 한 정원이 아니라, 환경 정책의 누적된 성과가 국가정원으로 제도화된 사례다.
태화강국가정원의 공간 구성과 정원적 특징
태화강국가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의미의 ‘전시형 정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정원은 하나의 울타리 안에 갇힌 공간이 아니라, 강을 따라 길게 펼쳐진 선형 정원이다.
대표적인 공간은 다음과 같다.
- 십리대숲: 태화강국가정원의 상징적 공간으로, 울산 시민의 일상 산책로이자 생태 공간
- 계절·주제 정원: 국가정원 지정 이후 일부 구간에 도입된 테마형 정원
- 하천 생태 공간: 습지, 초지, 철새 서식지 등 정원 이전부터 존재하던 생태 자산
이 구성에서 정원은 자연을 새로 ‘만든’ 공간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자연을 정원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에 가깝다.
태화강국가정원이 국가정원이 된 이유
태화강국가정원은 2019년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이어 두 번째 국가정원이다. 이 지정은 단순한 명칭 부여가 아니라, 태화강의 생태 복원 성과를 국가 차원에서 인정했다는 상징성을 가진다.
태화강국가정원의 국가정원 지정은 세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산업도시도 생태 도시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
둘째, 정원은 새로 조성하지 않아도, 기존 자연을 재해석해 만들 수 있다는 점
셋째, 국가정원은 박람회형 정원만이 아니라, 생활형·환경형 정원도 가능하다는 확장된 개념
이 점에서 태화강국가정원은 순천과는 다른 경로로 국가정원이 된 사례다.
공공정원으로서의 태화강국가정원
태화강국가정원의 가장 큰 강점은 공공성이다.
우선 입장료가 없고 24시간 접근이 가능한 구간이 많으며
시민의 산책이나 운동, 휴식등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용자의 상당수는 관광객이 아니라 울산 시민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시민에게 ‘특별한 날 가는 곳’이 아니라, 매일 사용하는 생활공간이다. 이 점에서 태화강국가정원은 국가정원 중에서도 공공정원에 가장 가까운 성격을 가진다.
관광시설로서의 한계와 가능성
그렇다고 태화강국가정원이 관광성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국가정원 지정 이후 방문객은 증가했고, 울산의 도시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태화강국가정원의 관광 기능은 순천만국가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제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의도적 선택이자,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전시형 콘텐츠가 적고 포토존 중심 설계가 약하며 소비형 동선이 강하지 않다.
이로 인해 관광객에게는 다소 심심한 정원으로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이 점이 시민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순천만국가정원과의 결정적 차이
순천만국가정원이 박람회–관광–브랜드의 흐름에서 국가정원이 되었다면, 태화강국가정원은 복원–일상–공공성의 흐름에서 국가정원이 되었다.
- 순천: 보는 정원, 목적지형 정원
- 태화강: 걷는 정원, 생활권 정원
이 차이는 국가정원이 반드시 관광 중심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반례를 제시한다.
태화강국가정원의 한계
태화강국가정원 역시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국가정원다움’에 대한 혼란이다. 일부에서는 전시형 콘텐츠 부족을 아쉬워하고, 더 많은 이벤트를 요구한다.
둘째, 시민 참여의 한계다. 이용은 자유롭지만, 운영과 의사결정에 시민이 개입할 구조는 아직 약하다.
셋째, 정원 정체성의 모호함이다. 강변 공원과 국가정원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태화강국가정원이 주는 중요한 시사점
태화강국가정원의 가장 큰 의미는 국가정원의 상을 넓혔다는 데 있다.
- 국가정원은 반드시 울타리가 있을 필요가 없고
- 반드시 입장료를 받을 필요도 없으며
- 반드시 관광을 중심에 두지 않아도 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말한다.
국가정원은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회복된 환경이 시민의 삶으로 돌아온 상태’ 일 수 있다고.
맺은 발
태화강국가정원은 가장 화려한 국가정원도, 가장 상업적인 국가정원도 아니다. 대신 가장 일상에 가까운 국가정원이다.
이 정원은 국가정원이 공공정원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국가정원이 관광시설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우리에게 묻는다.
국가정원은 얼마나 특별해야 하는가, 아니면 얼마나 일상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의 국가정원 정책 방향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정원 사회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왜 한국의 상업시설은 정원을 선택했을까 (0) | 2025.12.19 |
|---|---|
|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아파트 사회에서 정원이 갖는 의미 (0) | 2025.12.19 |
|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은 왜 ‘여유의 상징’이 되었나 (0) | 2025.12.18 |
|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 문화는 어떻게 중산층 문화가 되었나 (0) | 2025.12.18 |
|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이 도시 브랜드가 될 때 벌어지는 일 (0) | 2025.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