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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사회학의 시선으로 본 정원 인플루언서, 왜 여성 중심인가

📑 목차

    정원 콘텐츠를 떠올리면 왜 여성 얼굴이 먼저 떠오를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정원 콘텐츠를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여성 크리에이터를 떠올린다. 화분을 들여다보고, 꽃을 소개하고, 베란다나 마당의 변화를 기록하는 모습은 왠지 여성의 이미지와 잘 겹쳐진다. 그래서 “정원 인플루언서는 왜 이렇게 여성만 많은 것 같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여성이 정원을 더 좋아해서라기보다, 정원이 보여지는 방식 자체가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은 남녀 모두 많지만, SNS에서 ‘정원 콘텐츠’로 소비되는 장면은 특정한 모습으로 편집된다. 그 모습이 바로 우리가 익숙하게 여성적이라고 느껴온 이미지다.

     

    정원 사회학의 시선으로 본 정원 인플루언서, 왜 여성 중심인가
    정원 사회학의 시선으로 본 정원 인플루언서, 왜 여성 중심인가

     

     

    정원 사회학에서 본 SNS가 좋아하는 정원은 ‘작고, 일상적이고, 감성적인’ 정원

    SNS는 거대한 공원이나 복잡한 설계보다, 작은 변화에 잘 반응한다. 오늘 새로 핀 꽃, 어제보다 조금 자란 잎, 계절이 바뀌며 달라진 화분 하나. 이런 이야기는 사진 한 장, 짧은 영상으로 전달하기 쉽다.
    이런 정원은 대개 집과 가까운 공간이다. 베란다, 마당, 창가, 현관 앞 화단처럼 생활과 밀착된 정원이다. 문제는 사회가 오랫동안 이런 공간을 여성의 영역으로 인식해 왔다는 점이다. 집을 돌보고, 분위기를 살피고, 작은 변화를 꾸준히 관리하는 역할은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기대되어 왔다. 그래서 SNS 속 정원도 자연스럽게 여성의 얼굴과 연결된다. 정원이 여성에게 더 어울려서라기보다, 우리가 그렇게 보도록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원 인플루언서는 생각보다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정원 인플루언서의 일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다. 식물 상태를 확인하고, 물 주는 타이밍을 맞추고, 병이 생기면 원인을 찾는다. 여기에 더해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설명을 덧붙이고, 댓글에 답한다.
    그런데 이 많은 일은 종종 “그냥 좋아서 하는 취미”처럼 보인다. 특히 여성 창작자의 경우, 이런 노동이 더 쉽게 가볍게 여겨진다. “감성이 좋다”, “손길이 예쁘다”는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그 안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은 잘 보이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정원 사회학에서 볼 때, 정원 인플루언서가 여성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이 하는 일이 더 쉽게 ‘노동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성도 정원을 하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이다

    사실 남성도 정원을 많이 가꾼다. 하지만 그들의 콘텐츠는 종종 ‘정원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대신 농업 채널, 조경 이야기, 전원생활 브이로그, DIY나 기술 콘텐츠로 분류된다.
    같은 식물을 다뤄도, 여성이 하면 “힐링 가드닝”, 남성이 하면 “재배 노하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차이 때문에 우리는 “정원 인플루언서는 여성뿐”이라고 느끼게 된다. 실제로는 정원을 다루는 사람이 여성만 많은 것이 아니라, 여성이 다루는 정원만 특정한 방식으로 눈에 띄게 보일 뿐이다.
    이렇게 콘텐츠의 분류 방식 자체가 정원과 성별을 자연스럽게 묶어버린다.

     

     

    결국 ‘여성처럼 보이는 정원’이 더 많이 소비될 뿐이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 인플루언서가 여성으로 많이 보이는 이유는, 여성들이 특별히 더 나서서 정원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다. SNS가 선호하는 정원 이미지—작고, 일상적이고, 감성적인 정원—가 사회적으로 여성과 연결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 현상에는 좋은 면도 있다. 여성들이 정원을 통해 자신의 일상과 취향을 드러내고, 서로 연결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조심할 점도 있다. 정원이 다시 ‘여성의 취미’, ‘가벼운 감성 활동’으로만 보일 위험이다.
    정원을 가꾸고 기록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시간과 책임, 반복과 실패가 쌓인 결과다. 정원 인플루언서가 여성으로 보인다면, 그 이유를 “여성이라서”로 끝내기보다 이렇게 물어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정원을 보고 싶어 했고, 어떤 사람의 손길에 더 익숙해져 있었을까.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정원 인플루언서라는 현상은 훨씬 편안하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보너스

     

    최초의 정원 인플루언서, 거트루드 지킬

     

    “정원을 가꾸는 방식”을 유행시킨 사람

    거트루드 지킬은 단순히 정원을 잘 만든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정원을 바라보고, 따라 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지금 우리가 인스타그램에서 정원 사진을 보고 “저렇게 해보고 싶다”라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일이, 이미 100년 전 영국에서 일어났다.

    지킬 이전에도 훌륭한 정원은 많았다. 하지만 그 정원은 귀족의 소유였고, 일반 사람들은 구경만 했다. 지킬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정원을 글과 사진, 도면으로 끊임없이 공개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 셈이었다.
    “당신도 이렇게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지킬은 오늘날의 인플루언서와 정확히 겹친다.

     

    책과 잡지가 곧 ‘SNS’였던 시대

    지킬은 1,000편이 넘는 글을 쓰고, 15권 이상의 정원 관련 책을 냈다. 그녀의 글은 당시 대중 잡지와 원예 잡지에 실렸고, 중산층 가정의 식탁과 거실로 들어갔다.
    지금으로 치면,

     

    책 = 장문 콘텐츠

    잡지 연재 = 꾸준한 피드 업로드

    식재 도면 = 따라 하기 좋은 튜토리얼

    사람들은 지킬의 글을 읽고 그녀의 정원을 상상했고, 실제로 자신의 집 앞마당에 **‘지킬 스타일’**을 적용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의 전파였다.

     

    ‘이렇게 가꿔도 된다’는 감각을 만든 사람

    지킬이 특별했던 이유는 정원을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완벽하게 대칭 잡힌 형식정원보다,

    꽃과 식물이 섞인 정원,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 실패해도 다시 채워지는 구조를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당시 사람들에게 굉장히 새로웠다.
    “정원은 늘 깔끔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럽게 가꿔도 아름다울 수 있다.”

    이 말은 지금 SNS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정원 콘텐츠가 사랑받는 이유와도 닮아 있다.

     

    여성, 집, 생활 정원을 연결한 최초의 인물

    거트루드 지킬은 정원을 거대한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이야기했다. 특히 집 주변의 정원, 사람이 매일 드나드는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결과 정원은 더 이상 전문가나 귀족만의 영역이 아니라, 집을 가꾸는 사람, 일상을 관리하는 사람의 세계로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정원은 자연스럽게 여성의 영역과 겹쳐 보이게 되었고, 지킬 자신도 ‘정원을 말하는 여성’의 대표 이미지가 되었다. 오늘날 정원 인플루언서가 여성으로 많이 인식되는 흐름의 출발점에, 지킬 같은 인물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보여주고, 설명하고, 따라 하게 만들다’

    정리하면, 거트루드 지킬이 최초의 정원 인플루언서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의 정원을 지속적으로 공개했고

    글과 이미지로 정원 취향을 설명했고

    사람들로 하여금 따라 하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하나의 정원 스타일을 유행시켰다;

     

    이 네 가지는 오늘날 인플루언서의 조건과 정확히 일치한다.

     

    맺은 말: 인스타그램 이전에도 인플루언서는 존재했다

    정원 인플루언서는 SNS가 만들어낸 존재가 아니다.
    SNS는 단지 확산 속도를 빠르게 했을 뿐,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정원 콘텐츠는 이미 100년 전부터 존재했다.

    거트루드 지킬은 사진 대신 삽화를 썻고 알고리즘 대신 잡지를 탔으며, 좋아요 대신 '따라 만든 정원'을 얻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불릴 수 있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세계 최초의 정원 인플루언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