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원 사회학에서 볼 때, 정원은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

📑 목차

    소유로 시작된 정원, 질문이 되다

    정원은 흔히 개인의 취향과 삶의 방식을 드러내는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된다. 단독주택의 마당, 별서정원, 프라이빗 가든은 명백히 개인의 소유이며, 그 공간을 어떻게 꾸미고 누릴지는 전적으로 소유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공공정원, 도시공원, 국가정원과 같은 공간을 아무런 소유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한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질문이 발생한다. 정원 사회학에서 정원은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

     

    정원 사회학에서 볼 때, 정원은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
    정원 사회학에서 볼 때, 정원은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법적 구분을 넘어, 정원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 문제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의 역사와 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원은 한 번도 단일한 성격만을 가져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정원은 늘 사유와 공공 사이를 오가며 사회적 의미를 변화시켜 왔다.

     

     

    정원 사회학에서 사유재로서의 정원: 권력과 소유의 상징

    역사적으로 정원은 명백한 사유재였다. 고대 바빌론의 공중정원, 중국 황실의 원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은 모두 개인, 정확히는 권력자의 소유물이었다. 이 정원들은 단순히 자연을 즐기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통제할 수 있는 힘과 자원을 가진 존재임을 과시하는 장치였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정원은 자연을 기하학적으로 재단함으로써 왕권의 절대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 정원은 시민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고, 접근 자체가 제한되었다. 일본의 다이묘 정원 역시 봉건 영주의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정원은 사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소유물이었다. 이처럼 정원은 오랫동안 소유의 대상이었고, 그 소유권은 사회적 위계를 드러내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사유재로서의 정원은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계층의 특권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정원 사회학에서 공공재로 전환된 정원: 시민의 공간이 되다

    근대에 들어 정원의 성격은 큰 전환을 맞는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밀집된 도시 환경 속에서 자연에 대한 접근은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공공정원과 도시공원이다.
    영국의 하이드 파크는 왕실 사냥터에서 출발했지만 시민에게 개방되며 공공재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특히 이곳은 산책과 휴식뿐 아니라 정치적 발언과 집회가 허용된 공간으로, 시민권이 실천되는 장소가 되었다. 미국의 센트럴 파크 역시 뉴욕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정원으로 기획되었으며, 자연은 더 이상 소유가 아닌 공동의 권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정원은 사유재에서 공공재로 단순히 이전된 것이 아니라, 도시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공공성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다.

     

     

    정원 사회학의 정원은 공공재이지만 동일하지 않은 접근: 국가별 차이

    하지만 모든 공공정원이 동일한 성격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튈르리 정원은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었지만, 여전히 강한 질서와 규범이 작동하는 공간이다. 정원은 공공재가 되었지만, 그 이용 방식은 국가가 규정한다. 이는 정원이 공공재이면서 동시에 국가 관리 자산임을 보여준다.
    독일의 시민정원(Kleingarten)은 또 다른 모델을 제시한다. 이 정원들은 개인이 소규모 구획을 임대해 사용하지만, 토지는 공공 또는 협회 소유이며 이용 목적과 방식이 엄격히 규정된다. 사유와 공공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이 모델은 정원이 반드시 둘 중 하나로만 정의될 필요는 없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공원 역시 공공재이지만, 조용함과 질서를 중시하는 문화적 규범이 강하게 작동한다. 즉 공공정원은 법적으로는 공공재일지라도, 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따라 매우 다른 성격을 띤다.

     

     

    정원 사회학에서 미국의 정원과 공공성: 자유와 시민 주도의 공간

    미국에서 정원의 공공성은 국가가 아닌 시민의 요구와 참여를 통해 형성되어 왔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는 사유재를 수용해 조성된 공공 정원이지만, 그 운영과 활용 방식은 철저히 시민 중심적이다. 이 공원은 단순히 ‘잘 관리된 녹지’가 아니라, 산책·집회·공연·시위·일상의 휴식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이다.
    미국의 도시 정원과 커뮤니티 가든 역시 중요한 사례다. 많은 커뮤니티 가든은 공공 토지 위에 조성되지만, 운영은 주민 자치에 맡겨진다. 이 정원들은 법적으로는 공공재에 가깝지만, 실질적으로는 시민이 관리하고 규칙을 만든다. 즉 미국의 정원은 소유보다 이용과 참여를 통해 공공성이 형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미국 사회가 공공성을 이해하는 방식과 맞닿아 있다. 공공은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미국의 정원은 공공재이되, 국가의 통제가 최소화된 공간으로 존재한다.

     

     

    정원 사회학에서 사유재이지만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식 정원

    미국에서는 사유 정원조차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프라이빗 가든이지만 지역 사회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에 개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대형 재단이나 개인이 조성한 정원이 공공에 기증되거나, 부분 개방을 통해 공공정원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는 정원이 법적으로 사유재일지라도, 사회적으로는 공공재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식 정원 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소유했는가’보다 ‘누가 이용하고 참여하는가’이다. 이 점에서 미국의 정원은 사유와 공공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정원: 국가가 설계한 공공재

    싱가포르의 정원 정책은 미국과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싱가포르는 건국 초기부터 정원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식해 왔다. ‘가든 시티(Garden City)’에서 ‘시티 인 어 가든(City in a Garden)’으로 이어지는 국가 비전은 정원을 개인의 소유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공공재로 정의한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정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철저히 국가 주도로 계획되고 운영되는 공간이다. 이 정원은 관광 자원이자 환경 정책의 상징이며, 시민 교육과 국가 이미지를 동시에 담당한다. 싱가포르의 공공정원은 접근성 면에서는 매우 평등하지만, 이용 방식은 엄격히 관리된다. 즉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국가가 정한다.

     

     

    공공재이지만 통제된 공간: 싱가포르식 공공성

    싱가포르의 정원은 명백한 공공재이지만, 자유로운 시민 활동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질서 있는 이용을 전제로 한 공공 자산에 가깝다. 잔디에 눕는 행위, 집회, 무단 식재 등은 제한되며, 정원은 항상 ‘관리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싱가포르 사회 전반의 통치 철학과 연결된다. 싱가포르에서 공공성은 자유의 확대라기보다, 효율과 안전,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된다. 정원 역시 시민의 권리라기보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의 하나다. 이 점에서 싱가포르의 정원은 공공재이되, 시민의 자율성은 제한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정원: 사유와 공공 사이의 긴장

    한국의 정원 문화는 비교적 최근에 공공성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전통적으로 정원은 사대부의 별서정원처럼 사적인 공간이었고, 현대에 들어서도 정원은 오랫동안 개인 주택의 마당이나 조경의 일부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원은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민간정원이다. 민간정원은 개인 소유이지만, 일정 부분을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점에서 사유재와 공공재의 경계에 서 있다. 이 공간은 법적으로는 사유재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공공성을 요구받는다. 이 과정에서 관리 부담, 이용 규범, 보상 문제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정원이 단순한 소유물이 아님을 드러낸다.

     

     

    정원 사회학에서 정원은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 결론은 ‘관계적 자산’

    결국 정원 사회학에서 정원은 사유재인가 공공재인가라는 질문에 단순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원은 소유 구조에 따라 사유재일 수 있고, 이용 방식에 따라 공공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정원이 사회 속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가이다.
    정원이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적 공간일 때도, 동시에 도시의 환경과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정원은 이미 공공적 성격을 띤다. 반대로 공공정원이라 하더라도 배제와 통제가 강하다면, 그 공공성은 형식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정원은 재산의 범주로만 정의될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관계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정원을 만들고, 어떻게 개방하며, 누구를 위한 공간으로 운영할 것인가는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가에 대한 선택이다. 정원은 그 선택을 가장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