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은 언제부터 도시의 ‘얼굴’이 되었을까
도시가 경쟁하는 시대에 정원은 더 이상 조용한 배경이 아니다. 오늘날 정원은 도시를 설명하는 이미지이자, 관광 홍보의 핵심 소재이며, 투자와 개발을 끌어들이는 상징 자산이 되었다. “녹색 도시”, “가든 시티”, “사람 중심 도시”라는 슬로건은 이제 정원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정원은 도시의 환경 정책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시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도구가 되었다.
이 지점에서 정원은 중대한 전환을 겪는다. 정원이 도시 브랜드가 되는 순간, 정원은 더 이상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외부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는 무대가 된다. 이 변화는 정원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낸다.

정원 사회학에서 본 도시 브랜드로서의 정원: 성공의 조건
정원이 도시 브랜드로 작동할 때 가장 큰 장점은 가시성이다. 센트럴파크, 하이라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처럼 상징성이 강한 정원은 도시의 이미지를 단번에 각인시킨다. 이 정원들은 “그 도시에 가면 반드시 가야 할 장소”가 되며, 관광과 문화 소비를 촉진한다.
이 과정에서 정원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응축한 아이콘이 된다. 정원은 사진과 영상으로 소비되기 쉬운 공간이며, SNS 시대에 특히 강력한 홍보 수단으로 기능한다. 도시 브랜드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정원은 비교적 부드럽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최적의 매체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브랜드화된 정원이 바꾸는 도시의 우선순위
그러나 정원이 브랜드가 되는 순간, 정원의 우선순위는 바뀐다. 이용자의 일상보다 방문객의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관리의 목표는 편안함보다 ‘보여주기’에 맞춰진다. 잔디에 눕는 행위, 식물에 손을 대는 행동, 자발적 이용은 종종 통제의 대상이 된다.
이때 정원은 시민의 생활공간에서 전시 공간으로 이동한다. 정원의 성공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방문하고 얼마나 널리 공유되는지로 평가된다. 이 변화는 정원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하이라인: 가장 성공한 브랜드 정원, 가장 논쟁적인 정원
뉴욕의 하이라인은 정원이 도시 브랜드가 되었을 때 벌어지는 일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이라인은 버려진 철도를 재생한 혁신적 공간으로, 뉴욕의 창의성과 지속 가능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이 정원은 전 세계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모델로 소비되었고, “하이라인 같은 공간”은 하나의 공식처럼 반복되었다.
그러나 하이라인의 성공은 곧바로 주변 지역의 급격한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고급 주거와 상업 시설이 몰려들었고, 기존의 소규모 상점과 주민은 밀려났다. 하이라인은 도시 브랜드를 강화했지만, 동시에 지역 공동체를 보호하지 못한 정원으로 기록된다.
이 사례는 정원이 브랜드가 될 때, 그 성공의 이익이 반드시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싱가포르: 국가가 관리하는 정원 브랜드
싱가포르의 ‘시티 인 어 가든’ 전략은 정원 브랜드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 사례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되었고, 관광과 국가 이미지를 동시에 강화했다. 이 정원은 매우 잘 관리되고, 접근성도 높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정원은 철저히 국가가 설계한 공공성 안에서 작동한다. 시민의 자발적 개입이나 예측 불가능한 이용은 제한되고, 정원은 질서와 효율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유지된다. 이 모델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험을 국가가 흡수하는 대신, 정원의 자유와 자율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춘다.
즉 싱가포르에서 정원 브랜드는 시민의 공간이기보다는, 국가 경쟁력의 일부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유럽의 선택: 브랜드와 생활 사이의 완충
유럽의 일부 도시는 정원을 브랜드화하면서도, 생활 인프라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한다. 독일의 시민정원이나 프랑스의 동네 공원은 화려한 아이콘이 되기보다는, 도시 전체에 분산된 일상적 정원 네트워크로 기능한다.
이 경우 정원은 관광 자산이 되기보다, 도시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동한다. 브랜드 효과는 크지 않지만, 정원이 만들어낸 가치는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에 축적된다. 이는 정원을 ‘도시의 얼굴’이 아니라, 도시의 기초 체력으로 보는 접근이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브랜드 정원이 불러오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메커니즘
정원이 도시 브랜드가 될 때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브랜드는 가치를 집중시키고, 집중된 가치는 시장을 자극한다. 정원은 환경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 매우 강력한 신호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 가치 상승이 정원을 만든 주체와 이용자에게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원이 지역을 살렸지만, 그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이때 정원은 공동체 회복의 도구가 아니라, 배제의 촉매가 된다.
한국에서 이미 시작된 현상
한국에서도 정원 브랜드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국가정원, 도시정원, 정원박람회는 지역 이미지를 빠르게 끌어올린다. 문제는 이 성공을 관리할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원이 조성된 뒤 상업화가 가속되고, 임대료가 오르며, 기존 주민과 소상공인이 밀려나는 구조는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이 현상은 정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원을 브랜드로만 소비한 결과다. 정원이 생활 인프라로 설계되지 않을 때, 브랜드 효과는 곧 불평등으로 전환된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이 브랜드가 될 때 반드시 필요한 질문
정원을 도시 브랜드로 활용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질문 없이 추진될 때다.
이 정원의 주요 이용자는 누구인가
가치 상승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기존 주민을 보호할 장치는 있는가
정원이 사라져도 도시가 유지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정원 브랜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브랜드를 넘어, 생활로 돌아오는 정원
정원이 도시 브랜드가 될 때 벌어지는 가장 큰 문제는 정원이 도시의 목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원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정원의 목적은 도시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이다.
센트럴파크가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랜드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로서의 필수성에 있었다. 반면 하이라인은 브랜드로서의 성공만큼이나, 그 한계도 분명히 드러냈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은 도시를 말하지만, 도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정원은 도시의 가치를 드러내는 훌륭한 언어다. 그러나 그 언어가 너무 커질 때, 도시는 오히려 단순해진다. 정원이 도시 브랜드가 될 때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가 무엇을 우선하고, 누구를 중심에 두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정원이 도시의 얼굴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얼굴 뒤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워진다면, 그 브랜드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진정한 도시 브랜드는 화려한 정원이 아니라, 정원이 없어도 유지되는 공동체의 힘에서 나온다. 정원은 그 힘을 돋보이게 할 때 가장 아름답다.
보너스
순천의 사례
― 정원이 도시 브랜드가 되었을 때, 비교적 ‘잘 관리된’ 한국형 모델
순천은 왜 정원 도시가 되었는가
순천은 처음부터 ‘정원 도시’를 목표로 한 곳이 아니었다. 전라남도 동부권의 중소 도시였던 순천은 산업·교통·행정 중심지 경쟁에서 두드러진 우위를 갖지 못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순천이 선택한 전략은 자연과 생태를 도시의 핵심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순천만 습지는 원래 개발 압력이 높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순천시는 이 공간을 보존의 대상으로 선택했고, 이후 ‘보호된 자연’이 도시의 정체성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정원은 이 전략의 연장선에서 등장한다. 즉 순천의 정원은 미관 개선이 아니라, 도시 생존 전략의 일부였다.
순천만국가정원: 브랜드 정원의 탄생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을 전국적으로 각인시킨 전환점이었다. 박람회 이후 조성된 순천만국가정원은 단기간에 한국을 대표하는 정원 브랜드가 되었다. 이 정원은 ‘크다’, ‘화려하다’기보다는 서사가 분명한 정원이었다.
순천만 습지와 연결된 생태 축, 세계정원 콘셉트로 구성된 전시형 정원, 정원과 도시를 분리하지 않는 공간 구조
이러한 구성은 순천을 “정원을 잘 만든 도시”가 아니라, “정원을 통해 이야기를 하는 도시”로 만들었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은 관광 자원이자, 도시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핵심 언어가 되었다.
정원이 만든 성과: 브랜드·관광·자긍심
순천 사례의 가장 큰 성과는 정원이 도시 브랜드로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점이다.
순천은 생태·정원 도시라는 이미지 고착, 관광객 유입 증가, 도시 외부 인식 변화, 시민의 자긍심 형성
특히 주목할 점은 정원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국가정원 제도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정원이 일회성 브랜드가 아니라, 도시의 장기 자산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순천은 왜 ‘하이라인형 위험’을 상대적으로 피했는가
순천 사례가 하이라인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정원이 도심 재개발의 촉매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도심 중심부의 고가 부지나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니라, 비교적 독립된 공간에 조성되었다.
이로 인해 인근 주거지의 급격한 임대료 상승, 기존 주민의 대규모 이탈과 같은 현상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정원이 지역 가치를 높였지만, 그 가치가 부동산 투기로 즉각 전환되지 않는 공간 구조를 가진 것이다.
정원 사회학관점에서 이는 순천이 의도했든 아니든, 정원 브랜드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한계
순천 사례가 이상적인 모델인 것은 아니다. 몇 가지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정원이 관람 중심 공간에 머무를 위험이다. 국가정원은 여전히 ‘보는 정원’의 성격이 강하고, 시민의 일상적 개입은 제한적이다.
둘째, 도시 전반으로의 확산 문제다. 국가정원의 성공이 곧바로 생활권 정원, 마을정원, 공동체 정원으로 충분히 연결되었는지는 여전히 과제다.
셋째, 브랜드 의존성이다. 도시 정체성이 정원 브랜드에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다른 도시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위험도 존재한다.
순천 사례의 핵심 의미
순천의 가장 큰 성과는 정원을 도시 브랜드로 만들되, 도시를 정원에 종속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원은 도시의 얼굴이 되었지만 정원이 도시 전체를 재개발하는 도구가 되지는 않았고 시민의 일상과 완전히 단절되지도 않았다.
이는 한국에서 드문 사례다. 많은 도시가 하이라인형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정원을 가치 상승의 촉매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순천은 정원을 도시 정체성의 중심축으로만 활용했다.
한국 도시 정원 정책에 주는 시사점
순천 사례는 한국에 중요한 기준선을 제시한다.
정원은 도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위치와 구조,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정원은 도심 개발의 도화선이 될 수도, 도시 자긍심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순천은 말해준다.
정원은 도시를 키울 수 있지만, 도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정원이 도시 브랜드가 될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유명해졌는가’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도시 내부를 얼마나 지켜냈는가다. 순천은 그 균형을 비교적 잘 유지한 한국형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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