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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사회학에서 본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

📑 목차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은 왜 ‘좋은 것’인데도 불편함을 남길까

    정원은 대체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된다. 녹색 공간, 휴식, 치유, 공동체, 친환경이라는 단어들은 정원을 설명할 때 거의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그러나 도시에서 정원이 조성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정원이 생기면 동네가 좋아지고, 동네가 좋아지면 사람이 몰리고, 임대료가 오르며, 결국 기존 주민이 밀려난다는 익숙한 서사가 반복된다.
    이때 정원은 의도치 않게 ‘좋은 변화의 촉매’이자 ‘배제의 시작점’으로 동시에 작동한다. 정원은 정말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는가, 아니면 도시 구조의 문제를 떠안은 희생양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원을 단순한 녹지나 미관 개선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가치가 재배치되는 공간적 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원 사회학에서 본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
    정원 사회학에서 본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무엇이며, 왜 정원이 연결되는가

    젠트리피케이션은 저소득층이 거주하던 지역에 자본과 중산층 이상이 유입되며, 지역의 사회·경제적 성격이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주거비 상승과 상업화가 뒤따르고, 기존 주민은 생활 기반을 잃는다.
    정원이 이 과정과 연결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원은 도시 공간의 상징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공원, 커뮤니티 가든, 수변 녹지, 정원형 광장은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고, ‘살기 좋은 동네’라는 서사를 만든다. 이 서사는 곧 부동산 가치로 환산된다. 즉 정원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기보다는, 자본이 작동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촉매가 된다.

     

     

    미국 사례: 공동체 정원이 불러온 역설

    미국 뉴욕의 커뮤니티 가든들은 정원 사회학 관점으로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1970~80년대 뉴욕의 많은 커뮤니티 가든은 도시 쇠퇴기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방치된 공터를 가꾸며 시작되었다. 이 정원들은 범죄를 줄이고,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정원들은 지역의 이미지를 개선했고, 이는 곧 외부 자본과 중산층 유입으로 이어졌다. 로어 이스트 사이드, 브루클린 일부 지역에서는 커뮤니티 가든이 ‘동네의 매력’으로 소비되었고, 결국 임대료 상승과 재개발 압력이 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만든 정원이 공동체를 위협하는 조건이 된 것이다.
    이 사례는 정원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의도적으로’ 만들지는 않지만, 도시의 가치 상승 과정에서 매우 효과적인 신호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유럽 사례: 공공정원과 제도의 완충

    유럽의 경우,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완충 장치를 갖는다. 독일의 시민정원(Kleingarten)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제도적 공간이다. 이 정원들은 상업화나 고급 주거 개발의 대상이 되기 어렵고, 토지 용도 변경도 제한된다.
    그 결과 시민정원은 지역 가치를 높이면서도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을 촉진하지 않는다. 이는 정원이 아니라 정원을 둘러싼 제도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를 조절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원 그 자체보다, 정원이 어떤 법적·정책적 위치에 놓이는지가 더 중요하다.
    반면 프랑스나 영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공공정원 조성이 고급 주거 개발과 결합되며, 정원이 ‘도시 브랜드’의 일부로 소비되기도 한다. 이 경우 정원은 공공성을 갖추었음에도, 주변 지역의 배제를 가속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시아 사례: 국가 주도의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

    싱가포르의 사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싱가포르의 공공정원은 철저히 국가 주도로 계획되며, 정원은 도시 경쟁력과 관광 전략의 핵심 요소다. 이 경우 정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기보다, 국가가 주도하는 가치 재편 과정의 일부로 기능한다.
    정원 조성과 동시에 주거 정책, 공공주택 공급이 병행되기 때문에, 특정 지역만 급격히 배제되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이는 정원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강력한 개입이 있기 때문이다. 즉 싱가포르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정원이 아니라 국가가 흡수한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한국의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 이제 시작된 문제

    한국에서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는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이미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 마을정원, 생활정원 조성 이후 카페와 상업 시설이 유입되고, 임대료가 상승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문제는 정원이 주민 보호 장치 없이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원은 ‘좋은 일’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이후 발생하는 변화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이 경우 정원은 의도치 않게 지역 가치를 외부로 이전시키는 통로가 된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한국의 정원 정책이 앞으로 직면할 중요한 과제는, 정원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정원이 만들어낸 가치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를 설계하는 일이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인가 결과인가

    정원을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으로만 보는 시각은 단순화의 위험이 있다. 정원은 대부분 이미 가치가 낮게 평가되던 지역에 먼저 들어온다. 즉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정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출발점이기보다, 도시 가치 재편 과정의 가시적 신호에 가깝다.
    정원이 문제라면, 그 문제는 정원의 아름다움이나 공동체적 성격에 있지 않다. 문제는 정원이 만들어낸 환경적·사회적 가치가 시장 논리로만 환원되는 구조에 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정원은 계속해서 젠트리피케이션 논쟁의 한복판에 놓이게 될 것이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완화하는 정원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을 완화하는 정원은 불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독일 시민정원처럼 법적 보호를 받는 정원, 주민에게 운영 권한과 장기 이용권이 보장된 커뮤니티 가든, 공공주택 정책과 결합된 정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핵심은 정원을 개발의 장식물로 쓰지 않는 것이다. 정원이 지역 브랜드가 되는 순간, 젠트리피케이션의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반대로 정원이 생활 인프라로 기능할 때, 정원은 공동체를 지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정원은 무죄이지만, 중립적이지는 않다

    정원은 스스로 사람을 내쫓지 않는다. 그러나 정원은 결코 중립적인 존재도 아니다. 정원은 도시의 가치를 바꾸고, 그 가치가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정원과 젠트리피케이션의 관계를 묻는다는 것은, 결국 도시의 변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정원이 공동체를 회복하는 공간이 될 것인지, 자본을 끌어들이는 장치가 될 것인지는 정원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정원을 둘러싼 제도와 선택에 달려 있다.
    정원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누군가를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은, 정원을 만드는 사회 전체에 있다.

     

     

     

    보너스

    뉴욕의 하이라인(The High Line)에 대하여

    ― 버려진 철도가 ‘가장 논쟁적인 도시 정원’이 되기까지

     

    1. 하이라인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하이라인은 처음부터 정원도, 공원도 아니었다. 이 구조물의 출발점은 1930년대 뉴욕 맨해튼 서쪽을 관통하던 고가 화물 철도다. 당시 맨해튼의 서부는 육류 가공 공장, 창고, 항만 시설이 밀집한 산업 지역이었고, 철도는 도시의 생명줄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트럭 운송이 확대되면서 고가 철도는 점차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1980년대에는 완전히 폐선된다. 이후 하이라인은 녹슨 철골 구조물로 방치되며 철거 대상이 되었다. 많은 주민과 개발업자는 이 구조물을 도시의 흉물로 인식했다.
    전환점은 1999년, 지역 주민 두 명이 결성한 시민 단체 프렌즈 오브 더 하이라인(Friends of the High Line)’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철거가 아니라 재생(reuse)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이라인은 이렇게 ‘버려진 인프라를 정원으로 바꾸는 실험’으로 출발한다.

     

    2. 하이라인의 설계 철학: 자연이 침입한 도시

    하이라인의 설계는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James Corner Field Operations)과 딜러 스코피디오+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 그리고 식재 설계가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이 추구한 핵심 개념은 “자연이 도시를 점령한 상태”였다. 철도 위에 자발적으로 자라던 야생 식물의 흔적을 설계에 적극 반영해, 전통적인 ‘잘 관리된 공원’과는 다른 미학을 만들었다.
    식물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고, 마른 줄기와 시든 모습조차 제거하지 않는다. 이는 하이라인이 자연을 장식물로 다루지 않고, 시간성과 생태적 변화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하이라인은 완성된 정원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풍경이다.

     

    3. 하이라인의 공간 구성과 이용 방식

    하이라인은 길이 약 2.3km의 선형 공원으로, 맨해튼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서 허드슨 야드까지 이어진다. 이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걷는 정원’이라는 점이다.
    벤치, 전망대, 계단식 좌석, 소규모 광장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하이라인의 기본 경험은 이동이다. 방문자는 머무르기보다는 천천히 걷고, 도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동차 도로 위를 걷는 경험, 건물 2~3층 높이에서 도시를 관찰하는 경험은 기존 공원과 전혀 다른 감각을 제공한다.
    이 공간은 휴식 공간이면서 동시에 도시를 전시하는 플랫폼이다. 하이라인에서는 자연뿐 아니라, 건축, 사람, 도시의 일상이 함께 풍경이 된다.

     

    4. 하이라인의 운영 구조: 공공과 민간의 결합

    하이라인은 뉴욕시 소유의 공공공원이지만, 운영은 ‘프렌즈 오브 더 하이라인’이라는 민간 비영리 단체가 맡고 있다. 유지·관리 비용의 대부분은 기부와 후원으로 충당된다.
    이 모델은 센트럴파크 컨서번시와 유사한 민관 협력 방식이다. 덕분에 하이라인은 높은 관리 수준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구조는 논쟁을 낳았다. 공공정원이 시민의 세금이 아니라, 기부금과 후원자의 취향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공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이다. 하이라인은 이 질문을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5.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인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인가

    하이라인은 전 세계 도시 재생의 교과서처럼 인용된다. 실제로 하이라인은 뉴욕 서부 지역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었다. 예술 갤러리, 고급 주거 시설, 상업 공간이 들어섰고, 관광객이 몰렸다.
    그러나 이 성공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랐다. 하이라인 주변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기존의 소규모 상점과 저소득 주민은 지역을 떠나야 했다. 하이라인은 정원을 통해 지역을 살렸지만, 동시에 지역의 주인을 바꾼 공간이 되었다.
    이 때문에 하이라인은 종종 “가장 아름다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정원이 도시를 개선했지만, 그 개선의 이익이 기존 주민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6. 하이라인은 왜 이렇게 강력했는가

    하이라인이 다른 공공정원보다 훨씬 강력한 도시 변화를 일으킨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하이라인은 상징 자산이었다.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뉴욕의 창의성과 재생 능력을 보여주는 아이콘이 되었다.
    둘째, 선형 구조는 주변 부동산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점이 아니라 선으로 확장된 정원은 광범위한 지역 가치 상승을 유도했다.
    셋째, 하이라인은 철저히 ‘볼거리’로 소비되었다. 이는 관광과 자본 유입을 가속했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며, 하이라인은 도시 정원이 가진 잠재력과 위험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7. 하이라인이 던지는 질문

    하이라인은 분명히 아름답고 혁신적인 정원이다. 그러나 이 정원은 동시에 묻는다.

    • 공공정원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도시 재생의 성과는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 정원이 공동체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 공공성은 무엇인가

    하이라인은 정원이 도시를 바꿀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바꾸는가에 따라, 정원은 치유의 도구가 될 수도, 배제의 장치가 될 수도 있음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8. 하이라인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

    하이라인의 가장 큰 유산은 형태나 디자인이 아니다. 그것은 정원이 도시 정책, 부동산 시장, 관광 산업, 문화 소비와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제2의 하이라인’이 시도되고 있지만, 단순한 모방은 위험하다. 하이라인은 특정한 도시 맥락, 시민 운동, 정책 선택이 결합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이라인은 말해준다.
    정원은 도시를 바꾼다. 그러나 그 변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정원 밖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