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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오랫동안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왕과 귀족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정원은 자연을 통제하는 능력, 즉 지배의 시각적 언어였다. 그러나 오늘날 정원 사회학의 관점에서 정원은 점차 ‘누구나 참여하고, 가꾸고, 함께 누리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녹지 확충이 아니라 사회적 포용, 참여 민주주의, 공동체 회복을 상징하는 문화적 전환이다.
정원 사회학은 이러한 흐름을 권력의 분산과 시민 주권의 확장으로 해석한다. 이 글은 폐쇄적 사유지였던 정원이 어떻게 공유된 공공재로 전환되었는지를 역사적 맥락부터 현대 사례까지 살펴보고, 각 사례의 배경·운영 방식·사회적 효과·사회학적 교훈을 통해 정원의 민주화 과정을 분석한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귀족 정원
폐쇄적 권력의 상징에서 출발하다
정원 사회학에서 전통적 궁정 정원은 권력의 공간적 표현이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정원은 17세기 루이 14세의 절대왕정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다. 약 246만 평 규모의 이 정원은 완벽한 대칭 구조, 약 1,400개의 분수, 정교한 자갈길을 통해 왕의 통제력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일반 백성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되었고, 정원은 오직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다. 건설에는 약 20만 명의 노동력이 동원되었으며, 물 공급을 위해 총 55킬로미터에 달하는 수로가 조성되었다.
한국의 조선시대 창덕궁 후원 역시 왕실 전용 공간이었다. 약 11만 평 규모의 이 정원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린 비정형 구성으로, 국왕의 사적인 휴식과 정치적 교류가 이루어지던 장소였다. 백성에게 이 공간은 접근 불가능한 이상향에 가까웠다.
정원 사회학은 이러한 폐쇄성을 ‘배제의 정치’로 해석한다. 누가 정원에 들어갈 수 있는지, 어떤 식물을 심을 수 있는지는 사회적 위계를 가시화하는 장치였다. 그러나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변화가 시작된다.
1847년 영국의 버컨헤드 공원은 세계 최초의 공공 공원으로, 약 26만 평 규모로 조성되었다. 무료 입장이 가능했고, 산책로·호수·동물원 등을 통해 하루 평균 1만 명의 노동자 계층이 이용했다. 이어 1858년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는 약 103만 평 규모로 조성되어, 부유층뿐 아니라 이민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열린 녹지 공간이 되었다.
정원 사회학은 이 전환을 시민 권리의 확장으로 해석한다. 왕실 독점에서 공공 접근으로의 변화는 정원의 민주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1970년대 공동체 정원
빈민의 저항과 자율성의 실험
정원 사회학에서 1970년대는 정원의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시기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게릴라 가드닝 운동은 1973년 시민 활동가 리타 마르티네스가 빈민가의 방치된 공터를 불법 텃밭으로 바꾸며 시작되었다. 브롱크스 지역에는 약 600개의 공동체 정원, 총 약 12만 평 규모의 녹지가 형성되었다. 이곳에서는 연간 약 13억 원의 식량이 생산되었고, 인근 범죄율은 약 30% 감소했다. 주민들은 철거 위협에 맞서 법적 투쟁을 벌였고, 결국 1980년대 커뮤니티 가든 보호 제도를 이끌어냈다.
영국 런던 달스턴 지역에서는 1978년 터키·인도계 이민자 약 200명이 약 3천 평의 공터를 텃밭으로 바꾸었다. 토마토와 가지를 재배하며 공동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연간 약 8천만 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프랑스 파리의 시민 정원 네트워크는 1980년대부터 소규모 유휴지를 시민에게 상징적 비용으로 임대해 현재 2,000곳 이상의 정원이 운영되고 있다.
정원 사회학은 이러한 흐름을 풀뿌리 자율성의 실천으로 평가한다. 자본이 아닌 시민이 공간을 재구성하고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원의 민주화는 곧 공간을 둘러싼 정치임이 드러난다.
한국의 정원 민주화
도시농업과 마을텃밭의 확산
한국에서 정원의 민주화는 2000년대 이후 도시농업을 통해 본격화되었다. 서울시는 2010년 이후 옥상·공터·자투리땅을 활용한 도시농업 공간을 확대하여, 현재 50여 곳의 공공 텃밭에 약 10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연간 채소 생산량은 약 1,000톤, 교육 참여 인원은 5만 명에 달한다.
은평구와 마포구의 마을텃밭 사례는 직장인과 아파트 주민이 주말과 일상 속에서 정원에 참여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한 대표적 예다. 부산 영도에서는 폐공장을 약 2,000제곱미터 규모의 마을정원으로 재생해, 세대 간 협력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뤄냈다.
정원 사회학은 이러한 흐름을 지역 주권의 회복으로 본다. 정원의 설계·관리·수확을 시민이 직접 책임지는 구조는 정원을 하나의 생활 자치 모델로 전환시킨다.
글로벌 빈민 지역의 정원
식량 정의와 사회 정의의 현장
정원 사회학에서 빈민 지역의 정원은 민주화의 최전선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단체는 슬럼가 가구에 텃밭 키트를 보급해 연간 1,000톤의 식량을 생산했고, 여성 자립률과 지역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에서는 과일 숲 형태의 공동체 정원이 조성되어 폭력 감소와 청소년 교육 효과를 동시에 거두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원이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식량 주권과 생존권을 회복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의 정원 민주화
기술이 확장한 참여의 문턱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정원 참여의 장벽을 크게 낮췄다. 텃밭 위치를 공유하고, 병해충을 사진으로 진단하며, 가드닝 정보를 실시간으로 나누는 문화는 누구나 정원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정원 사회학은 이를 접근성의 민주화로 해석한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정원 문화 자체가 열리고 확장되고 있다.
포용적 정원 설계
소외되지 않는 민주주의 공간
장애인, 노인, 이주민을 고려한 정원 설계는 민주화의 완성 단계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화단, 촉각·후각 중심의 정원, 세대 통합 프로그램은 정원을 권리의 공간으로 바꾼다. 정원 사회학은 이러한 설계를 접근성의 권리로 본다.
정책과 제도 속의 정원 민주화
도시농업과 정원 정책은 민주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 공공 텃밭 확대, 교육 지원, 시민 참여 설계는 정원을 보편적 녹색 권리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미래에는 시민 투표와 인공지능 관리가 결합된 참여형 정원이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도 크다.
맺음말
작은 모종에서 시작되는 민주주의
정원 사회학으로 본 정원의 민주화는 하나의 문화 전환이다. 폐쇄된 사유지에서 공유된 참여 공간으로, 엘리트의 상징에서 시민의 권리로 정원은 이동해왔다. 빈민가의 텃밭, 디지털 공간의 가상 정원, 포용적 설계의 치유 정원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민주주의를 연습하는 일이다.
우리 동네에 ‘모두의 정원’을 심는 순간, 사회도 함께 자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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