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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사회학이 말하는 외로운 사회, 왜 정원이 관계의 시작이 될까

📑 목차

    도시는 언제나 붐비지만, 이상하게도 쓸쓸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가까이 스쳐 지나가지만, 진심이 닿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눈앞의 풍경은 화려해졌지만, 마음 속 풍경은 점점 메말라갑니다.

     

    이 외로운 시대에 정원은 조용히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살고 있나요?”

    정원은 흙의 언어로 대화를 시작하고, 식물은 잎사귀로 대답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작은 초록의 몸짓 속에서 오래전 잊었던 감정을 떠올립니다. 바로 함께 있음의 기쁨입니다.

     

    정원 사회학이 말하는 외로운 사회, 왜 정원이 관계의 시작이 될까
    정원 사회학이 말하는 외로운 사회, 왜 정원이 관계의 시작이 될까

     

    정원 사회학이 바라본 외로움의 시대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관계를 관리하지만, 그 안에는 온기가 없습니다. 연결은 많아졌지만, 관계의 깊이는 얕아졌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 가구 비율은 35%를 넘어섰고, ‘사회적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 또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인을 개인화된 사회의 산물이라 정의하며, “공동체의 붕괴는 개인의 자유와 동시에 불안도 확장시킨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현재의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효율과 속도,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정원 사회학(Sociology of Gardens) 은 이런 사회적 병리 속에서 정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정원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을 잇는 다리입니다. 식물을 돌보는 행위는 자기 돌봄이자 타인과의 연결을 상징하는 사회적 행위로 읽힙니다.

     

     

    정원 사회학이 말하는 관계의 장소

    정원은 본질적으로 돌봄의 공간입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심고, 물을 주는 일은 모두 손과 마음을 나누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관계의 감각을 회복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의 효창공원 도시정원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과 청년 예술가들이 협력해 오래된 공터를 생태정원으로 바꾼 사례입니다. 처음에는 관리에 참여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계절이 두 번 바뀌자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차를 마시고, 아이들이 이름표를 달아준 식물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정원을 함께 만든 뒤로 마을 인사가 늘었다는 참여자의 말처럼, 정원은 관계의 물꼬를 트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정원 사회학은 이런 변화를 돌봄의 사회적 순환으로 이해합니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식물에는 그 사람의 정성이 깃들고, 다른 사람은 그 식물에서 또 다른 온기를 받습니다. 관계는 그처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라납니다.

     

     

    정원 사회학이 만난 환경사회학: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

    정원 사회학은 환경사회학과의 만남 속에서 더욱 입체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환경사회학이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면, 정원 사회학은 그 영향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재조정하는가를 주목합니다.

     

    서울 성북구의 길음 도시양봉정원은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벌통을 관리하며 꿀을 채집하는 이 정원은 생태 다양성과 공동체 의식을 동시에 키웠습니다. 처음에는 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참여율이 낮았지만, 돌봄의 리듬에 익숙해지자 모두가 벌의 생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변화는 생태 감수성의 사회화라는 환경사회학적 의미를 지닙니다.

     

    국외에서도 일본 도쿄의 세타가야 커뮤니티 가든은 고령자와 청년층의 세대 간 교류 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일자리 탐색 중인 청년이 함께 텃밭을 돌보며 관계의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생명의 순환을 함께 체험하며 세대 간 이해가 깊어지고, 외로움은 줄어듭니다.

     

    이런 흐름은 결국 정원 사회학의 핵심 명제인 자연과 사회의 관계 회복 없이는 인간의 관계도 회복될 수 없다는 통찰을 뒷받침합니다.

     

     

    정원 사회학이 전하는 회복의 키워드

    정원 사회학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치유입니다. 도시의 스트레스와 고립감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만 다뤄지기 쉽지만, 사실 그것은 사회적 관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서울 강서구의 마곡서울식물원 치유정원 프로그램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줍니다. 우울감이나 사회적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정원사와 함께 식물을 가꾸며 감정 조절과 소통 방식을 배우는 프로그램입니다. 참가자들은 정원에 오면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합니다. 이 경험은 사회적 치유의 구체적 장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원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런 정원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실험실입니다. 돌봄의 기술, 갈등 조정, 협동의 리듬이 이곳에서 훈련됩니다. 관계 회복은 이처럼 작은 일상적 행위들 속에서 시작됩니다.

     

     

    정원 사회학이 제안하는 느림의 공동체

    정원은 속도의 사회에 느림이라는 균형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관계의 리듬입니다. 씨앗이 발아하고 자라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기다림과 인내를 배웁니다.

     

    부산 감천동 공동정원 프로젝트는 좁은 골목길 사이 버려진 공간을 주민들이 함께 꾸미며 만들어진 사례입니다. 매일 물을 주고 잡초를 뽑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낯선 이웃들이 서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정원은 말을 적게 하고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장소라는 참여자의 말은 정원 사회학이 말하는 느림의 공동체를 잘 보여줍니다.

     

    정원은 효율보다 관계를, 경쟁보다 협동을 중시하게 합니다. 그 느림 속에서 사람들은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 갑니다. 그래서 정원은 단지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 아니라, 관계가 자라는 토양입니다.

     

     

    외로운 사회에서 정원이 관계의 시작이 되는 이유

    정원이 관계의 시작이 되는 이유는 몸이 먼저 관계를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흙을 함께 만지고, 물을 건네주고, 꽃을 바라보는 행위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부천의 마을정원학교에서는 주민들이 주말마다 모여 정원을 가꾸는 과정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정원을 돌보며 이웃의 얼굴을 자주 보게 되고, 이제는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비언어적 공감의 언어가 정원에서 피어납니다.

     

    정원은 평가하지 않습니다.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고, 삐뚤게 심은 나무도 결국 자랍니다. 이런 관용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정원 사회학이 이 공간을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원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사회적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정원 사회학이 꿈꾸는 사회

    정원 사회학이 바라보는 궁극적인 비전은 관계적 사회입니다. 이 사회에서 자연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파트너이며, 타인과의 관계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의 과정으로 이해됩니다.

     

    정원은 그 사회를 예비하는 작은 모형입니다. 부산의 도시농업공동체 네트워크’, 서울의 시민정원사 제도’, 그리고 일본의 그린 커뮤니티 운동등은 모두 정원을 매개로 새로운 사회적 윤리를 실천하려는 사례들입니다.

     

    결국 정원 사회학이 말하는 관계의 출발은 거대한 변화가 아닌, 한 줌의 흙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정원 하나가 마을을 잇고, 마을이 또 다른 사회를 만들어갑니다.

     

    정원 사회학이 말합니다.

    정원은 외로움의 반대말이며, 관계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다시 함께 살아가려 한다면, 그 시작은 한 그루의 식물을 돌보는 일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맺은말

     

    겨울이 지나면 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얼어붙은 흙 속에서도 씨앗은 조용히 뿌리를 내립니다.

     

    우리의 사회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관계가 멀어지고 마음이 닫힌 시대라 해도, 작은 정원 하나가 다시 세상을 잇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손길과 온기가 닿은 흙 속에서 새로운 만남이 움트듯이 말이지요.

     

    정원 사회학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정원은 외로움의 반대말이며, 관계의 시작입니다.

    당신이 오늘 한 그루의 식물을 심는다면, 그것은 이미 세상과 다시 이어지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