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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사회학에서 본 참여형 정원과 관리형 정원의 결정적 차이

📑 목차

    같은 ‘정원’인데 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가

    도시 곳곳에 정원이 늘어나고 있다. 공공 정원, 생활 정원, 마을 정원, 커뮤니티 가든이라는 이름도 다양하다. 그러나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공동체가 생기고, 도시가 더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원은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만들지만, 어떤 정원은 아름답게 조성된 채로 비어 있거나 스쳐 지나가는 공간으로 남는다. 이 차이를 가르는 핵심은 디자인이나 규모가 아니라 ‘운영 방식’, 즉 참여형 정원인가 관리형 정원인가에 있다.
    두 유형의 차이는 표면적으로는 미묘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원이 도시에서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든다.

     

    정원 사회학에서 본 참여형 정원과 관리형 정원의 결정적 차이
    정원 사회학에서 본 참여형 정원과 관리형 정원의 결정적 차이

     

    정원 사회학에서 관리형 정원: 질서와 유지가 최우선인 공간

     

    정원 사회학에서 관리형 정원은 행정기관이나 전문 관리 주체가 설계하고 유지하는 정원이다. 이 유형의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훼손되지 않음’, ‘항상 같은 상태로 유지됨’이다. 잔디 출입 금지, 식물 접촉 제한, 정해진 동선, 명확한 이용 규칙은 관리형 정원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정원은 관리형 정원의 대표적 사례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나 도시 곳곳의 파크 커넥터 네트워크는 매우 잘 관리되어 있고,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공간에서 시민의 역할은 명확하다. 이용자는 있지만, 참여자는 없다. 정원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이며, 시민은 그 서비스를 소비한다.
    한국의 많은 공공정원과 아파트 단지 조경 역시 관리형 정원에 가깝다. 식물은 전문가의 영역이고, 시민의 개입은 민원이나 훼손으로 간주된다. 이 경우 정원은 안전하고 깔끔하지만, 사람들의 관계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형 정원: 사용자가 곧 운영자가 되는 구조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형 정원은 정원을 사용하는 사람이 동시에 운영에 관여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 유형의 정원에서는 완성된 상태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식물이 잘 자라는지, 공간이 다소 어수선한지는 부차적 문제다. 핵심은 누가 이 공간을 책임지고,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가다.
    미국 뉴욕의 커뮤니티 가든들은 참여형 정원의 전형이다. 이 정원들은 대부분 공공 토지 위에 조성되었지만, 운영은 주민 공동체가 맡는다. 물 주기, 식재, 규칙 설정, 외부 개방 여부까지 주민들이 논의하고 결정한다. 참여하지 않으면 정원은 유지되지 않는다.
    이 구조에서 정원은 ‘볼거리’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참여형 정원은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정원 사회학에서 공동체는 친목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실천의 부산물로 형성된다.

     

     

    결정적 차이 ① 정원을 대하는 시민의 위치

    정원 사회학에서 관리형 정원에서 시민은 ‘이용자’다. 규칙은 이미 정해져 있고, 시민은 그것을 따르는 존재다. 반면 참여형 정원에서 시민은 ‘주체’다. 규칙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필요에 따라 수정된다.
    이 차이는 정원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꾼다. 관리형 정원은 “누군가가 잘 만들어놓은 공간”이지만, 참여형 정원은 “내가 관여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공간”이다. 전자는 애착을 요구하지 않지만, 후자는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만든다. 이 책임감이 쌓이면서 관계가 생기고, 공동체가 형성된다.

     

    결정적 차이 ② 갈등을 다루는 방식

    정원에는 반드시 갈등이 발생한다. 어떤 식물을 심을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의견 차이는 피할 수 없다. 관리형 정원에서는 갈등이 민원으로 전환된다. 문제는 관리 주체가 해결하고, 이용자는 결과를 기다린다. 갈등은 외주화된다.
    반면 정원 사회학의 참여형 정원에서는 갈등이 공동체 내부의 문제로 남는다. 독일의 시민정원(Kleingarten)이나 영국의 커뮤니티 가든에서는 정기 회의와 합의 과정이 정원의 중요한 운영 요소다. 갈등은 불편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조정과 협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경험한다.
    즉 참여형 정원은 갈등을 제거하지 않는다. 대신 갈등을 다룰 수 있는 사회적 근육을 키운다.

     

    결정적 차이 ③ 시간의 리듬과 지속성

    정원 사회학의 관리형 정원은 항상 ‘완성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계절 변화는 장식 요소일 뿐, 이용자의 삶과 깊게 연결되지는 않는다. 반면 참여형 정원은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씨를 뿌리고, 기다리고, 실패하고, 다시 심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반복은 사람들을 다시 정원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참여형 도시정원에서는 이 반복성이 공동체의 지속성을 만든다. 사람들은 이벤트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원이 그 자리에 계속 있기 때문에 다시 만난다. 공동체는 이 느린 시간 속에서 유지된다.

     

     

    일본과 한국 사례에서 드러나는 차이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참여형과 관리형의 중간 지점에 있다. 행정이 기본 틀을 제공하지만, 운영은 주민에게 상당 부분 맡긴다. 이 경우 정원은 지역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반면 한국의 많은 마을정원 사업은 참여를 ‘프로그램’으로 한정한다. 식재 행사나 체험 활동은 있지만, 이후의 관리와 결정권은 다시 행정이나 전문가에게 돌아간다. 이 경우 참여는 일회성에 그치고, 정원은 다시 관리형 공간으로 복귀한다. 정원 사회학의 참여형 정원과 관리형 정원의 차이는 결국 누가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가에서 드러난다.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형 정원은 왜 불완전해 보이는가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형 정원은 종종 관리형 정원보다 덜 아름답고, 더 지저분해 보인다. 식물이 고르게 자라지 않고, 공간이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이 불완전함은 실패가 아니라 특징이다.
    정원이 지나치게 완벽할수록, 사람의 개입은 줄어든다. 반대로 정원이 약간 어수선할수록, 사람은 자신이 개입할 여지를 느낀다. 참여형 정원은 완성도를 낮추는 대신,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선택을 한다.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형과 관리형의 차이는 철학의 차이다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형 정원과 관리형 정원의 결정적 차이는 기술이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철학의 차이다.
    관리형 정원은 시민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 참여형 정원은 시민을 책임질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전자는 질서를 우선하고, 후자는 관계를 우선한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면 선택은 분명해진다.
    정원은 스스로 공동체를 만들지 않는다. 다만 정원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가에 따라,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도,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참여형 정원과 관리형 정원의 차이는 바로 그 갈림길에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원 설계보다, 사회가 시민을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보너스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에 대하여

    ― 참여와 관리 사이에서 공동체를 설계하는 방식

     

    1. 마치즈쿠리란 무엇인가: 일본식 공동체 회복 전략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는 직역하면 ‘마을 만들기’이지만, 단순한 도시 개발이나 환경 개선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마치즈쿠리는 주민 주도의 지역 관리와 생활 환경 형성 과정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197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 급격한 도시화와 공동체 해체를 경험한 일본 사회는 “어떻게 다시 이웃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했고, 그 해답 중 하나가 마치즈쿠리였다.
    정원은 이 흐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라, 주민 참여가 제도적으로 설계된 사회적 장치로 기능한다.

     

    2. 일본 정원은 왜 ‘완전한 참여형’이 되지 않았는가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미국의 커뮤니티 가든처럼 급진적인 시민 자치 모델과는 다르다. 일본 사회에는 강한 행정 체계와 질서 중심 문화가 존재하며, 이는 정원 운영 방식에도 반영된다.
    따라서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 행정이 기본 틀과 토지를 제공하고
    • 주민이 운영과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 전문가가 중간에서 조정하는
      삼각 구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는 시민의 자율성을 완전히 열어두지는 않지만, 동시에 정원을 단순한 관리형 공간으로도 남겨두지 않는다. 일본식 모델의 핵심은 “참여하되, 무너지지 않게 한다”는 데 있다.

     

    3. 세타가야구 마치즈쿠리 정원 사례: 생활 속 정원

     

    도쿄 세타가야구는 마치즈쿠리형 정원의 대표 지역이다. 이곳의 정원들은 대규모 공원이 아니라, 주택가 사이의 소규모 공간에 분산되어 있다.
    이 정원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토지는 공공 또는 준공공
    • 식재와 관리에 주민 참여 의무 존재
    • 정원별 운영위원회 구성
    • 분기별 회의 및 지역 행사 연계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원이 ‘이벤트 공간’이 아니라 일상 공간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정원을 특별한 날에만 찾지 않는다. 출근길에 들르고, 아이와 산책하며, 물을 주는 행위가 일상의 일부가 된다. 이 반복이 공동체를 만든다.

     

     

    4. 교토의 골목 정원: 경관 관리와 공동체의 결합

    교토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교토에서는 정원이 단순히 주민 복지를 위한 공간을 넘어, 도시 경관과 역사 보존의 수단으로 작동한다.
    골목마다 조성된 작은 정원과 화단은 개별 가구가 관리하지만, 전체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지역 협의체가 정한다. 식물 선택, 화분 높이, 관리 상태까지 공동의 규범이 존재한다.
    이 모델에서 정원은 사유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동체가 공유하는 얼굴이다.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지만, 공동의 미관과 조화를 해치지 않도록 조정된다.

     

    5. 마치즈쿠리형 정원이 공동체를 만드는 방식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이 공동체를 만드는 방식은 매우 점진적이다.

    • 주민은 ‘참여자’이지만
    • 모든 것을 결정하는 주체는 아니며
    • 대신 지속적인 관여를 요구받는다

    이 정원에서는

    • 물 주기 당번
    • 계절별 식재 활동
    • 정원 청소의 날
      같은 소소한 역할이 존재한다. 이 역할은 부담스럽지 않지만, 빠져나갈 수는 없는 수준으로 설계된다.
      이 구조 덕분에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갈등이 폭발하지도, 참여가 사라지지도 않는다. 공동체는 강하지 않지만 오래 지속된다.

     

    6. 마치즈쿠리형 정원의 한계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 젊은 세대의 참여 저조
    • 규범 중심 운영으로 인한 창의성 부족
    • 형식적 참여로 흐를 위험

    특히 ‘모두의 의견을 맞추는 것’이 목표가 되면, 정원은 점점 무색무취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참여는 있지만 열정은 줄어들고, 정원은 다시 관리형 공간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7. 마치즈쿠리형 정원이 말해주는 것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화려하지 않다. 혁명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이 정원은 묻는다.
    “사람들은 얼마나 자유로워야 하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은 얼마나 함께할 수 있는가”를.

    정원은 공동체를 단번에 만들어주지 않는다.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모델이다. 대신 정원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조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구조가 오랫동안 유지될 때, 공동체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