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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사회학에서는 참여를 설계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생기지 않는다

📑 목차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공동체가 사라진 이유를 ‘사람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

    공동체가 약해졌다는 말은 이제 상투적인 진단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이웃에 무관심해졌고, 개인주의가 강해졌으며, 함께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설명은 문제의 절반만을 다룬다. 공동체의 부재는 개인의 태도 이전에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대 도시에서 사람들은 함께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하려 하면 시간이 들고, 책임이 늘어나며, 갈등이 생긴다. 즉 참여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구조 속에서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모순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공동체는 사람들의 선의로 만들어지는가, 아니면 참여하도록 설계된 환경 속에서 만들어지는가.

     

    정원 사회학에서는 참여를 설계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생기지 않는다
    정원 사회학에서는 참여를 설계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생기지 않는다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는 의지가 아니라 조건의 결과다

    참여를 ‘하고 싶은 마음’의 문제로만 이해하면, 공동체는 늘 실패한다. 미국 뉴욕의 커뮤니티 가든 사례를 보면 이 점이 분명해진다. 크리스티 가든을 포함한 다수의 커뮤니티 가든은 주민들의 높은 시민의식 때문에 유지된 것이 아니다. 이 정원들은 참여하지 않으면 정원이 유지되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정원 사회학에서는 물 주기, 잡초 제거, 회의 참석이 정원의 존속 조건이었고, 참여하지 않으면 공간을 이용할 수 없었다.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이용의 전제였다. 이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참여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관계가 형성되었다. 공동체는 목표가 아니라 부산물이었다.
    반대로 참여가 선택 사항으로 남아 있는 공간에서는, 참여는 항상 소수의 열성적인 사람들에게만 집중된다. 나머지 다수는 ‘응원하는 이용자’로 남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공동체가 확장되기 어렵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일본 마치즈쿠리형 정원이 보여주는 ‘낮은 강도의 강제성’

    일본의 마치즈쿠리형 정원은 참여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자유에 맡기지도 않는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이 모델의 핵심은 낮은 강도의 강제성이다. 세타가야구나 교토의 마치즈쿠리 정원에서는 주민이 정원 관리에 일정 부분 관여하도록 제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물 주기 당번, 계절별 정비일, 연 1~2회의 회의 참석은 ‘자발적 참여’로 포장되지만, 사실상 공동체의 기본 규칙이다. 참여하지 않아도 법적 제재는 없지만, 계속 빠질 경우 사회적 압력이 발생한다. 이 미묘한 압력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관계를 유지하게 만든다.
    이 구조는 참여를 영웅적인 행동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일부로 만든다. 공동체는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오래 유지된다.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를 제거한 공공 공간은 왜 비어 보이는가

    많은 도시 공공 정원이 아름답게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류 시간이 짧고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정원 사회학 과점에서 참여 구조가 제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공공 정원은 매우 잘 관리되어 있지만, 시민은 철저히 이용자에 머문다. 정원은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이고, 시민은 소비자다.
    이 구조에서는 갈등도 없고 혼란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관계가 생길 여지도 거의 없다. 시민은 정원을 사용하고 떠날 뿐, 그 공간에 대해 발언권이나 책임을 갖지 않는다. 참여가 설계되지 않은 공공 정원은 질서 정연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공허해지기 쉽다.
    정원 사회학에서는 정원이 조용하다고 해서 중립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와 관계, 참여가 제거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분명한 선택이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유럽의 시민정원과 역할 설계의 힘

    독일의 시민정원(Kleingarten)과 네덜란드의 도시 텃밭은 참여가 어떻게 구조화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정원들에서는 개인 구획이 존재하지만, 전체 규칙은 공동체가 공유한다. 울타리 높이, 식물 종류, 관리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규칙의 엄격함이 아니라, 역할의 존재다. 회장, 회계, 관리 담당, 신규 회원 안내 담당 등 작은 역할들이 분산되어 있다. 이 역할은 권력이 아니라 책임에 가깝다. 사람들은 이 역할을 통해 공간에 관여하고, 그 관여가 곧 소속감으로 이어진다.
    공동체는 감정적 유대보다, 역할의 분담을 통해 더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한국 도시에서 공동체가 생기지 않는 구조적 이유

    한국에서도 정원을 통한 공동체 형성이 자주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참여가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마을정원 사업은 식재 행사나 체험 프로그램으로 참여를 대체한다. 행사 당일에는 사람이 모이지만, 그 이후 정원은 다시 관리의 대상이 된다.
    정원에 대한 결정권은 여전히 행정이나 전문가에게 있고, 시민은 참여자가 아니라 ‘협조자’로 남는다. 이 구조에서는 책임이 생기지 않고, 책임이 없으면 관계도 지속되지 않는다. 참여를 홍보로 소비하고, 구조로 만들지 않으면 공동체는 생기기 어렵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갈등을 배제한 공간에서는 공동체도 배제된다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갈등을 제거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이다. 참여가 설계된 공간에서는 반드시 갈등이 발생한다. 식물 선택, 이용 방식, 책임 분담을 둘러싼 의견 충돌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갈등은 공동체의 실패가 아니라, 공동체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 커뮤니티 가든과 유럽 시민정원에서는 갈등을 공식적인 회의와 규칙을 통해 다룬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타협과 조정, 민주적 의사결정을 실제로 연습한다.
    반대로 갈등을 두려워해 참여를 제한하면, 정원은 조용해질 수는 있어도 공동체는 생기지 않는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참여를 설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원 사회학에서 참여를 설계한다는 것은 단순히 “함께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 참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 누가 결정권을 가지는가
    • 책임은 어떻게 분산되는가
    • 갈등은 어디에서, 어떻게 다뤄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참여가 일어나지 않는다. 참여는 캠페인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다.

     

     

    정원 사회학에서 공동체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공동체는 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정원 사회학에서 공동체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다. 정원은 그 조건을 설계하기에 매우 적합한 공간이다. 생명은 돌봄을 요구하고, 돌봄은 반복을 만들며, 반복은 관계를 낳는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자동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참여를 설계하지 않으면, 정원은 그저 보기 좋은 공간으로 남는다. 반대로 참여가 구조로 자리 잡으면, 정원은 공동체의 토대가 된다.
    결국 “참여를 설계하지 않으면 공동체는 생기지 않는다”는 말은 경고가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 공동체를 원한다면, 먼저 참여를 요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원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정말로 그 참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보너스

    독일의 시민정원(Kleingarten)에 대하여

    ― 제도로 설계된 참여, 공동체가 유지되는 구조

     

    독일 시민정원이란 무엇인가

    독일의 시민정원은 흔히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또는 슈레버가르텐(Schrebergarten)으로 불린다. 이는 개인이 소유한 정원이 아니라, 공공 또는 준공공 토지를 시민이 임대해 사용하는 정원이다. 독일 전역에는 수만 개의 시민정원 단지가 존재하며, 수백만 명의 시민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정원이 단순한 취미 공간이 아니라, 법과 제도에 의해 보호되는 생활 인프라라는 사실이다. 독일의 시민정원은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국가가 정원의 공공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왔다.

     

    산업화의 산물로 탄생한 시민정원

    독일 시민정원의 기원은 19세기 산업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급격한 도시화로 노동자 계층은 열악한 주거 환경과 식량 부족을 동시에 겪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노동자를 위한 소규모 경작지였다.
    라이프치히의 의사 다니엘 슈레버(Daniel Schreber)의 이름을 딴 슈레버가르텐은 어린이의 신체 건강과 가족의 생활 안정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즉 시민정원은 처음부터 미학이나 여가보다 생활 안정과 사회 복지의 성격이 강했다. 이 출발점은 오늘날까지 독일 시민정원의 성격을 규정한다.

     

    법으로 규정된 정원: 연방 클라인가르텐법

    독일 시민정원의 핵심은 연방 클라인가르텐법(Bundeskleingartengesetz)이다. 이 법은 시민정원의 목적, 이용 방식, 보호 원칙을 명확히 규정한다.
    대표적인 규정은 다음과 같다.

    • 정원 면적 제한(대체로 300~400㎡ 이내)
    • 주거 목적 사용 금지
    • 일정 비율 이상은 채소·과수 재배
    • 임대료 상한선 설정
    • 상업적 이용 금지

    이 법 덕분에 시민정원은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누구나 접근 가능한 생활 기반 공간으로 유지된다. 이는 시민정원을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공공성이 보장된 제도로 만든 핵심 요소다.

     

    개인 구획 + 집단 규칙이라는 이중 구조

    독일 시민정원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개인성과 공동체성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각 가구는 자신의 구획을 자유롭게 가꿀 수 있지만, 전체 단지는 엄격한 공동 규칙을 따른다.
    울타리 높이, 오두막 크기, 식물 종류, 소음 시간, 쓰레기 처리 방식까지 규칙이 세세하게 정해져 있다. 이 규칙은 국가가 아니라 정원 협회(Gartenverein)가 정하며, 회원들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개인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다. 대신 모두가 규칙을 지키는 조건에서, 정원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는 독일식 공동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참여를 ‘의무’로 만드는 시스템

    독일 시민정원에서는 참여가 선택이 아니다. 정원 협회의 회원이 되면, **공동 작업(Gemeinschaftsarbeit)**에 참여해야 한다.

    • 공용 공간 정비
    • 울타리·도로 관리
    • 공동 행사 준비

    이 작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추가 비용을 내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이 제도는 참여를 미덕이 아니라 구조적 의무로 만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독일 시민정원은 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사람들은 ‘좋아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함께하고, 그 반복 속에서 관계가 형성된다. 공동체는 감정이 아니라 제도와 반복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갈등을 제도 안에서 처리하는 방식

    수백 명이 모여 사용하는 공간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독일 시민정원의 강점은 갈등을 개인 간 감정 문제로 방치하지 않는 데 있다.
    분쟁은 협회 회의에서 다뤄지고, 규칙에 따라 조정된다. 필요하면 상급 협회나 지방정부가 개입한다. 이 과정은 번거롭지만, 갈등을 축적시키지 않는다.
    정원은 이웃 간 분쟁의 원인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연습하는 공간이 된다. 이는 독일 시민정원이 단순한 녹지를 넘어, 시민성(citizenship)을 훈련하는 장치로 평가받는 이유다.

     

    사회적 역할: 복지·환경·공동체

    독일 시민정원은 여러 사회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첫째, 사회적 안전망이다. 노년층, 이주민, 저소득층에게 시민정원은 생활 리듬과 소속감을 제공한다.
    둘째, 환경 교육의 장이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토양, 계절, 생태를 몸으로 배운다.
    셋째, 도시 완충지대다. 고밀 도시 속에서 시민정원은 기후 조절, 생물다양성 유지에 기여한다.
    이 모든 기능은 정원이 ‘잘 관리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이 지속적으로 관여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독일 시민정원의 한계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 규칙이 지나치게 엄격해 젊은 세대가 부담을 느끼는 문제
    • 대기자 명단이 길어 접근성이 제한되는 문제
    • 다양성보다 안정성이 우선되는 구조

    이 때문에 독일 시민정원은 급진적 변화보다는 유지와 지속에 강점을 가진 모델로 평가된다.

     

    독일 시민정원이 말해주는 것

    독일의 시민정원은 묻는다.
    “사람들이 왜 함께하지 않는가?”가 아니라
    “함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구조는 무엇인가?”를.

    공동체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독일 시민정원은 그 사실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정원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는 먼저 참여를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독일 시민정원은 바로 그 준비가 제도화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