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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사회학으로 본 도시 정원 운동과 사회적 연대의 문화

📑 목차

    도시는 흔히 콘크리트와 유리로 상징된다. 빽빽한 건물, 숨 가쁜 속도, 인간의 삶을 효율로만 계산하는 시스템.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도시에서 사람들은 정원을 찾는다. 단순히 나무와 꽃이 있는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다시 자연을 기억하고, 서로를 기억하며, 함께 살아갈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원이다. 도시정원 운동은 자연을 도시로 다시 불러들이는 운동이자, 동시에 인간들 사이에 관계를 다시 엮어내는 정원 사회적 연대의 운동이다. 이 글은 도시정원 운동이 어떻게 공동체를 회복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치유하고, 새로운 시민 문화를 만들어 가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정원 운동과 사회적 연대의 문화
    도시정원 운동과 사회적 연대의 문화

     

     

    정원 사회학으로 본 도시 속 작은 숲, 사회적 공동체를 다시 묶다

    도시정원 운동의 출발점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커뮤니티 가든 운동은 그 대표적인 시작이다. 1970년대 뉴욕은 재정 파탄과 범죄 증가, 슬럼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렸다. 빈집은 폐허가 되었고, 아이들이 놀 공간조차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버려진 빈터에 흙을 반입하고, 울타리를 치고, 꽃과 채소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명이 모여 삽을 들었지만 점차 동네 주민들이 하나둘씩 합류했다. 정원은 금세 동네 사랑방이 되었고, "이곳이 우리의 동네"라는 감각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정원들은 단순히 경관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회복했다. 낯설던 이웃의 얼굴을 알게 되었고, 함께 물을 주고, 함께 수확하고, 함께 축제를 열며 도시 속에서 함께 살 권리를 회복했다. 그 결과 범죄율이 줄었고, 주민 결속력이 높아졌으며, 도시행정도 결국 이 정원들을 공식 공간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정원이 도시를 치유한 것이다.

     

    비슷한 흐름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영국의 커뮤니티 가든 트러스트(Community Garden Trust), 독일의 슈레버가르텐(할당 정원), 일본의 마치노엔(도시 농원), 한국의 정원 사회적 마을정원 사업 모두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정원은 도시 공간의 한 종류가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는 정원 사회적 장치가 되었다.

     

     

    불평등을 치유하는 정원, 사회적 약자를 품다

    도시정원 운동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돌봄을 확장하고, 자립을 돕는 강력한 사회정책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 빈민과 노숙인을 돕는 사례는 특히 감동적이다. 캐나다 밴쿠버 "SOLE Food Street Farms"는 노숙인과 약물 중독 회복자들에게 정원 노동을 제공한다. 이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채소를 재배하며 임금을 받는다. 처음에는 정원 가꾸기를 단순 노동으로 여겼던 참여자들이 시간이 지나며 말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낀다.” 흙을 만지는 경험이 자존감과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영국의 사회적 처방 정원 프로그램(Social Prescribing Garden)은 우울증 환자, 고립된 노인, 장애인, 이민자, 난민을 정원으로 초대한다. 정원에서의 노동은 치료이자 학습이며, 동시에 공동체 참여의 통로가 된다. 의사가 약 대신 정원 프로그램을 처방하는 사회. 정원은 의료와 복지를 대신하는 또 하나의 치유 체계가 된다.

     

    한국에서도 이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서울의 일부 자치구에서는 독거노인에게 도시 텃밭을 제공하고, 치매 어르신을 위한 치유정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옥상에 조성된 텃밭은 아이들에게 자연 교육 공간을 제공하며, 정원 식물 수확을 통해 식생활 교육까지 이어진다. 정원 사회적 안전망의 확장이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음식, 공유, 그리고 새로운 도시경제

    도시정원 운동은 식량 문제와도 깊게 연결된다. 기후위기와 물가 상승 속에서 정원은 작은 생존 경제를 가능하게 한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소련 붕괴 이후 식량난을 겪으며 도시 전체가 거대한 정원으로 변했다. 학교 운동장, 거리 화단, 버려진 공터까지 모두 채소밭이 되었다. 이는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주민 연대와 도시 생태 전환을 이끌어낸 역사적 실험이었다.

     

    도쿄의 공유 정원모델도 흥미롭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함께 투자해 옥상정원을 만들고, 토마토·상추·허브를 키운다. 수확물을 나누고, 아이들은 흙을 만지며 자라고, 이웃 간의 교류가 되살아난다. 현대 도시에서 공동 소유와 공동 관리라는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는 도시 식량 정책과 결합한 정원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정원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도시 식량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시민이 직접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먹거리 주권을 강화하는 정치적 시민 행위인 것이다.

     

     

    정원은 문화였다, 축제였다, 교육이었다

    도시정원 운동은 공동체 문화의 확장과 깊이도 만들어낸다. 단순히 채소를 수확하고 꽃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정원은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 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프린체신엔가르텐(시민참여형 도시텃밭)은 단순한 공용정원이 아니라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성장했다. 정원 한편에서는 채소를 키우고, 다른 한편에서는 음악 공연이 열리고, 주말에는 철학 수업과 인문학 강연이 진행된다. 정원은 '살아 있는 시민 대학'이 된다.

     

    한국에서도 정원 문화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 부산 에코델타시티 정원 프로젝트, 골목 작은 정원 만들기 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정원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원은 관광객을 부르고, 도시 정체성을 만들고,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정원에서 자연을 배우고, 어른들은 삶을 되돌아본다. 정원은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 만드는 문화적 장치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여성, 이민자, 소수자의 목소리를 키우는 정원

    도시정원 운동은 젠더와 다양성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여성과 이민자, 소수자에게 정원은 존엄을 회복하는 공간이 된다.

     

    여성 농업 협동조합 정원은 경제적 자립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변화시켰다. 많은 도시에서 엄마 텃밭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돌봄 노동을 사회적 활동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던 여성들이 정원에서 강사로, 리더로, 활동가로 성장한다.

     

    유럽의 난민 정원 프로젝트도 의미 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법적 지위도 불안정한 난민들에게 정원은 "환영받는 공간"이 된다. 흙 앞에서는 국적이 사라지고, 이름과 피부색 대신 함께 가꾸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만 남는다. 정원 사회적으로 정원은 배제된 존재를 다시 공동체 안으로 초대한다.

     

     

    정원 사회학으로 본 도시 민주주의를 다시 쓴 정원

    도시정원 운동의 궁극적인 열매는 시민 민주주의의 회복이다. 정원은 자연을 가꾸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도시를 공동 관리하는 시민 훈련장이 된다.

     

    정원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회의를 하고, 역할을 나누고, 규칙을 만든다. 다툼이 생기면 협상의 기술을 배운다. 특정 그룹이 독점하려 하면 정원은 모두의 것이라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다. 정원은 작은 민주주의 실험실이다.

     

    정원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원은 도시 행정과 시민 사이의 관계도 바꾼다. 과거에는 행정이 공간을 만들고 시민은 이용만 했다. 그러나 이제 시민이 직접 공간을 만들고 행정이 지원한다. 이 전환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정원이 도시의 물리적 풍경을 바꾸는 동시에 도시 운영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맺음말: 정원은 식물이 아니라 사람을 키운다

    도시정원 운동은 단순한 녹지 확충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를 다시 연결하는 문화 운동이며, 연대를 회복하는 사회 운동이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시민 운동이다.

     

    정원은 도시의 장식을 넘어 도시의 심장이 되고 있다.

    정원은 식물을 키우는 공간에서, 관계를 키우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원은 자연과 인간이 조용히 손을 맞잡는 자리에서, 인간과 인간이 다시 서로를 발견하는 자리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정원 운동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고 싶은가?”

     

    그 질문에 라고 대답한 도시들은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한 평의 정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