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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자연을 닮았고, 그래서 친환경적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다. 기후위기 시대에 정원은 위기의 해답처럼 등장한다. 도시 속 녹지, 옥상정원, 치유정원, 축제정원은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정원 사회학의 관점에서 보면, 정원은 단순한 자연 공간이 아니라 사회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원은 환경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훼손하기도 한다. 이 글은 ‘친환경 정원’이라는 익숙한 말 뒤에 가려진 질문들을 정원 사회학의 시선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정원 사회학으로 보는 ‘친환경’이라는 말의 정치성
정원 사회학은 정원을 자연 그 자체로 보지 않는다. 정원은 선택되고, 배제되고, 관리되는 자연이다. 어떤 식물을 심을지, 어떤 생명은 환영하고 어떤 생명은 제거할지 결정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종종 비판을 차단하는 언어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정원은 흔히 ‘환경 보완책’으로 등장한다. 숲을 베어내고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조경 공간은 ‘녹지율 확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러나 정원 사회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자연 파괴를 상쇄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를 정당화하는 장치에 가깝다. 자연은 줄어들었지만, 관리 가능한 ‘보기 좋은 자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정원 사회학이 말하는 조경과 생태의 불일치
많은 사람들이 조경과 생태를 같은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정원 사회학은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한다. 조경은 미적 질서와 관리 효율을 중시하고, 생태는 다양성과 자생성을 중시한다. 문제는 ‘친환경 정원’이라는 이름 아래 조경 중심의 사고가 생태를 압도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국내 신도시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입 수목 위주의 식재, 사계절 푸른 잔디 유지, 병충해를 이유로 한 광범위한 약제 살포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자연을 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을 통제하는 방식이다. 정원 사회학은 이런 정원을 ‘관리 가능한 자연’, 혹은 ‘소비되는 자연’으로 해석한다.
정원 사회학으로 바라본 도시정원 열풍의 이면
도시정원, 마을정원, 옥상정원은 분명 긍정적인 가능성을 지닌다. 하지만 정원 사회학은 이 열풍의 이면도 함께 본다. 정원이 도시 이미지 개선과 부동산 가치 상승의 도구로 활용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정원 사회학에서 특히 주목하는 현상이 있다. 바로 그린 젠트리피케이션(Green Gentrification)이다.
그린 젠트리피케이션은 공원이나 정원 등 친환경 공간이 조성된 이후, 해당 지역의 주거비 상승과 원주민의 퇴거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서스퀘해나 하이츠(Susquehanna Heights)’가 있다.
이곳에 대규모 공원과 커뮤니티 가든이 조성되자, 초기에는 지역 주민들이 환경 개선을 환영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가치가 치솟고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저소득층 주민들이 밀려났다. 환경적 개선이 사회적 불평등으로 귀결된 대표 사례다.
또 다른 사례로 미국 포틀랜드의 노스 윌람넷(North Williams) 지역도 언급된다. 도심 녹지 확충과 커뮤니티 정원 조성이 진행된 이후, 임차료 상승과 인구 구성 변화로 인해 기존 주민이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원이 사회적 가치로만 이해될 것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정원 사회학이 경고하는 축제정원과 전시정원의 문제
정원박람회와 가든 페스티벌은 환경과 자연의 가치를 알리는 행사로 홍보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자원 소비가 뒤따른다. 단기간의 전시를 위해 대량의 토양과 식물, 구조물과 조형물이 투입되고, 행사가 끝나면 상당수가 철거되거나 폐기된다. 흙은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지 못한 채 쌓이거나 버려지고, 식물은 이동 스트레스로 고사하거나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다. 정원을 통해 환경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과정은 환경에 부담을 주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된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유럽과 일본의 일부 정원 축제에서는 전시를 위해 임시 도로와 시설물이 설치되면서 기존 녹지의 토양 구조가 훼손되었고, 행사 이후 생태계가 회복되기까지 수년이 걸린 사례도 보고되었다. 전시를 위한 정원은 아름다움과 메시지를 우선시한 나머지, 장소가 가진 생태적 맥락을 존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원 사회학은 이를 자연을 보호하는 행위라기보다, 자연을 ‘환경 콘텐츠’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해석한다.
정원 사회학으로 읽는 ‘가꾸는 행위’의 책임
우리는 정원을 돌보고 관리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정원 사회학은 그 관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묻는다. 잔디를 항상 푸르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막대한 물, 병충해를 이유로 반복되는 농약과 살충제 살포,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제초제 사용은 정원을 유지하는 일상적인 행위처럼 보이지만, 이는 곧 수자원 소비와 토양·수질 오염, 생물 다양성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외래종 식물의 문제는 자주 간과된다. 관상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도입된 외래종은 토착 식물과 경쟁하며 서식지를 잠식하고, 지역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정원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지역 자연환경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원 사회학은 여기서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선의로 시작된 가꾸는 행위도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원은 가꾸는 공간이다. 그러나 가꾼다는 것은 개입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원 사회학은 이 ‘개입의 윤리’를 중요하게 다룬다. 물을 얼마나 쓰는가, 토양을 어떻게 바꾸는가, 외래종을 들여오는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 질문 없이 만들어진 정원은 친환경일 수 없다.
특히 개인 정원과 전원주택 정원에서도 이 문제는 나타난다. 잔디 유지에 들어가는 물 사용량, 제초제와 살충제 사용, 조명 설치로 인한 생태 교란은 흔하지만 잘 이야기되지 않는다. 정원 사회학은 말한다. 선의로 가꾼 정원도 환경을 해칠 수 있다고.
정원 사회학이 제안하는 다른 기준의 정원
그렇다면 정원은 결국 환경에 해로운 공간일까. 정원 사회학은 그렇게 단순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문제는 정원 그 자체가 아니라, 정원을 바라보는 기준과 태도에 있다. 정원 사회학이 제안하는 대안은 ‘덜 관리하는 정원’, ‘완성되지 않은 정원’, 그리고 ‘관계 중심의 정원’이다. 이는 더 많은 개입이 아니라, 오히려 개입을 줄이고 자연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이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토착 식물을 중심으로 한 식재, 많은 물과 관리가 필요 없는 구조, 계절의 변화와 식물의 생장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정원을 환경 친화적으로 만드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빗물 재활용과 저관수 설계, 토양을 덜 교란하는 방식은 정원이 수자원 소비의 공간이 되지 않도록 돕는다. 이러한 정원은 화려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다.
더 나아가 정원 사회학은 정원을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공간으로 바라본다. 주민이 함께 계획하고 돌보는 커뮤니티 정원, 생태 관찰과 기록이 이루어지는 정원은 단순한 조경 공간을 넘어 사회적 학습의 장이 된다. 이러한 정원은 환경 부담을 분산시키고, 정원을 둘러싼 책임 역시 공동으로 나누게 만든다. 정원이 사회적 관계 속에 놓일 때, 환경적 지속 가능성 역시 함께 높아진다.
결국 정원 사회학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이 정원은 누구를 위한 정원인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희생시키는가, 그리고 어떤 자연을 미래에 남기고 있는가. 친환경 정원이라는 말은 위안이 될 수는 있지만, 답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말 뒤에 숨겨진 선택과 비용을 들여다볼 때, 정원은 비로소 사회와 환경을 함께 성찰하는 공간이 된다.
정원을 사랑한다면, 이제는 무작정 긍정하기보다 경계할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하다. 정원은 자연을 닮은 공간이지만, 동시에 사회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은 더 이상 순수한 선의의 상징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정원 사회학의 관점에서 질문하고,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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