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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사회학으로 읽는 정원과 권력: 공간이 말하는 사회 구조

📑 목차

    정원은 언제나 아름다움만을 말하지 않는다. 정원사회학의 시선으로 보면, 정원은 권력과 계급, 통치 방식과 사회 구조를 드러내는 하나의 정치적 텍스트다. 누가 들어갈 수 있고, 어디까지 걸을 수 있으며, 무엇을 볼 수 있는지가 곧 그 사회의 권력 지도를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왕궁과 귀족 정원, 식민지 시대 식물원, 현대의 아파트 조경과 기업 캠퍼스, 그리고 저항과 공존의 정원까지 살펴보며, 정원 사회학이 어떻게 공간 속 권력을 읽어내는지 탐구한다.

     

    정원사회학으로 읽는 정원과 권력 공간이 말하는 사회 구조
    정원사회학으로 읽는 정원과 권력 공간이 말하는 사회 구조

     

     

    왕의 정원: 정원 사회학이 본 절대 권력의 무대

    왕궁과 귀족의 정원은 정원 사회학에서 가장 전형적인 권력 공간이다. 왕은 정원을 통해 자연을 통제 가능한 풍경으로 만들어 자신의 위상과 통치 능력을 과시했다. 대칭적 구도, 인공적인 수로와 분수, 멀리까지 시야가 트인 축선은 단지 미적 선택이 아니라 왕의 시선이 닿는 곳이 곧 지배 영역이라는 메시지다.

     

    정원 사회학은 이런 궁정 정원에서 두 가지 권력 방식을 읽어낸다. 첫째, 정원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구분이다. 후원, 내원, 별당 정원 등으로 나뉜 공간 구조는 권력의 층위를 그대로 반영한다. 둘째, 정원 동선 자체가 권력의 의례를 조직한다. 왕 앞에서 걷는 길, 머무는 자리, 바라보는 방향까지 설계된 정원은 사람의 움직임을 통치의 일부로 만든다. 정원 사회학은 이처럼 정원을 연출된 권력의 극장으로 분석한다.

     

     

    식민지 식물원: 정원 사회학이 읽는 제국과 자연의 수탈

    근대의 식물원과 실험 농장은 정원 사회학에서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를 읽어내는 중요한 장소다. 제국은 식민지에서 가져온 식물을 수도의 식물원에 모으고 분류하며 세계의 자연을 품은 문명국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때 식물은 단지 관상용이 아니라 향료, 약재, 고무, 사탕수수처럼 경제적 수탈의 대상이기도 했다.

     

    정원 사회학은 식민지 식물원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층위를 세밀하게 짚어낸다. 식물원 안내판에 등장하는 발견자명명자는 대개 유럽인 학자·탐험가이고, 실제로 그 식물을 관리하고 키운 식민지 농민과 노동자의 이름은 사라져 있다. 또한 야만의 숲질서 있는 정원으로 바꿨다는 서사는 식민지 자연과 문화를 열등하게 규정하는 이데올로기였다. 정원 사회학은 이처럼 식물원과 실험 농장이 자연 자원의 수탈과 지식 독점, 인종 위계를 동시에 수행한 권력 공간임을 드러낸다.

     

     

    근대 도시 공원: 시민이라는 새로운 권력

    근대 이후 공원이 등장하면서, 정원 사회학은 권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재배치되었다고 본다. 왕과 귀족의 사적 정원 대신 시민에게 개방된 공공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평등의 상징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정원 사회학이 보기엔 공원 역시 시민을 길들이는 장치였다.

     

    산책로, 벤치, 조깅 코스, 운동기구, 공연장 등 공원 구성 요소는 시민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국가와 도시의 기대를 담고 있다. 과도한 음주, 노숙, 정치 집회 등은 종종 공원 규칙을 통해 제한된다. 정원 사회학은 공원이 건강하고, 생산적이고, 순응적인 시민을 육성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공원이 도시의 계급 구도에 따라 불균등하게 배치될 때, 정원 사회학은 그 격차를 환경적 불평등이자 권력의 문제로 읽어낸다.

     

     

    아파트 조경과 단지 내 정원: 정원 사회학이 본 계급과 배제의 풍경

    현대 한국에서 정원 사회학이 특히 주목할 만한 공간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조경 정원이다. 단지 안의 산책로, 연못, 놀이터, 조경수는 살기 좋은 집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외부인을 배제하는 담장과 출입 통제 시스템과 함께 존재한다. 광고 속에서 정원은 단지 주민의 품격과 계급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아파트 정원은 계급화된 자연 접근성을 드러낸다. 일부 고급 단지는 수영장과 정원, 잔디 광장을 주민에게만 독점적으로 제공하며, 인근의 저층·노후 주거지에는 충분한 공원이 없다. “주민 외 출입금지표지판은 자연을 공공재가 아닌 사적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장치다. 정원 사회학은 이 공간을 중산층 이상 계급이 자연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강화하는 무대로 분석한다.

     

     

    기업 캠퍼스와 연구 단지: 정원 사회학과 착한 이미지의 정치

    대기업 사옥, 테크 캠퍼스, 연구 단지 주변의 정원과 공원은 정원 사회학에서 기업의 자기 이미지 관리와 깊게 연결된다. 친환경 건축, 옥상 정원, 수변 산책로는 직원 복지와 창의성을 위한 공간으로 홍보되지만, 동시에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 있고,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조직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수단이다.

     

    정원 사회학은 이런 공간에서 그린 워싱의 가능성을 짚는다. 기업이 정원과 숲을 조성하면서도 실제 생산과정에서는 막대한 탄소와 오염을 배출할 수 있다. , 잘 조성된 캠퍼스 정원은 내부 직원에게는 개방되지만, 주변 지역 주민에게는 닫혀 있는 경우도 많다. 정원 사회학은 누가 이 정원을 사용할 수 있는가, 누가 이 정원에서 배제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업 정원이 자본과 노동, 지역사회 간 힘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한다.

     

     

    규칙과 감시: 정원 사회학이 보는 일상 속 통제 장치

    정원에는 언제나 규칙이 있다. “잔디를 밟지 마시오”, “꽃을 꺾지 마시오”, “자전거 출입 금지”, “반려견 입장 제한같은 안내문은 이용자의 행동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정원 사회학은 이러한 규칙을 단순한 관리 차원을 넘어 일상적인 통제와 감시의 장치로 본다.

     

    CCTV, 관리 인력, 개장·폐장시간, 예약제 프로그램 등은 정원 사회학이 주목하는 권력 기술이다. 표면적으로는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장치지만, 동시에 어떤 행위는 허용하고 어떤 행위는 문제로 규정하는 기준을 통해 특정한 생활양식을 정상적이라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조용히 산책하고 사진 찍는 행위는 환영받지만, 집회나 거리 공연은 종종 제지된다. 정원 사회학은 정원이 어떤 시민상()을 기대하고, 어떤 몸짓을 배제하는지를 통해 그 사회의 권력 구조를 추적한다.

     

     

    저항의 정원: 정원 사회학이 만난 풀뿌리 정치

    흥미롭게도, 정원은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인 동시에 그 권력에 저항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정원 사회학은 폐공터나 버려진 땅을 점거해 만든 게릴라 가든과 공동체 텃밭에서 새로운 정치성을 발견한다. 공적 계획 없이 시민이 자발적으로 정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행위는, 토지 소유와 개발 중심의 도시 정책에 작은 균열을 낸다.

     

    이러한 정원은 정원 사회학 관점에서 자기 조직화된 공공 공간이다. 참여자들은 공식 절차가 아닌 주민 간 협의와 자발적 규약으로 정원 운영 방식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누가 결정하고, 어떻게 참여하며, 수확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정치적 질문들이 정원 사회학이 주목할 만한 방식으로 다뤄진다. 정원 사회학은 이런 공간을 국가·시장 주도 도시계획에 대한 대안적 실천으로 읽는다.

     

     

    자연의 권리: 정원 사회학이 제기하는 비인간 행위자의 문제

    정원 사회학은 인간끼리의 권력만 보지 않는다. 최근 이론에서는 식물, 동물, 미생물, 토양 등 비인간 존재도 정원 사회학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간주된다. 어떤 식물이 잡초, 어떤 식물이 관상수로 취급되는지는 인간의 가치판단이지만, 실제로 정원 생태계는 이 모든 존재들의 상호작용으로 유지된다.

     

    정원 사회학은 사람이 정원을 지배한다는 기존 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정원이 사람의 행동과 감각,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가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도시의 야생화 정원은 관리자의 통제를 느슨하게 하며 완벽한 질서대신 불규칙한 공존을 허용하는 감수성을 키운다. 이는 인간 중심적 관리 논리에서 벗어나, 자연의 자율성과 리듬을 인정하는 쪽으로 정원 사회학의 관점을 이동시킨다.

     

     

    정원 사회학이 던지는 질문: 누구의 정원이며, 누구의 사회인가

    결국 정원 사회학은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온다. “이 정원은 누구의 것이며, 누가 이 정원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궁궐의 후원에서 아파트 단지 조경, 기업 캠퍼스, 도시공원, 게릴라 가든에 이르기까지, 정원 사회학은 각 공간에서 권력이 배치되고 전유되고 저항되는 방식을 추적한다.

     

    정원 사회학의 관점에서 정원은 더 이상 중립적인 자연이 아니다. 정원은 사회 구조와 권력 관계의 축소판이며, 동시에 그것을 바꿔볼 수 있는 작은 실험장이기도 하다. 장벽을 세울 수도, 담장을 허물 수도 있고, 독점할 수도, 나눌 수도 있다.

     

    정원 사회학은 정원을 보며 이렇게 되묻는다.

    이 정원에서 배제된 존재는 누구인가?”

    이 정원이 가능하게 만든 관계와, 동시에 가리지 못하고 가려버린 관계는 무엇인가?”

     

    정원과 권력을 함께 바라보는 정원 사회학의 시선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공간을 만들고,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꽃과 나무의 배치만이 아니라, 사람과 권력, 자연과 권리의 배치를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정원은 진정한 의미의 공존의 공간이 될 수 있다.